"주도권, 내가 잡는다"…완성차 혈투 속 SDV 지형도는

완성차 브랜드, 다종다양한 전략 도입
아키텍처부터 OS까지 전부 만들고
기술력 위해 투자 나선 폭스바겐부터
소니 손 잡은 혼다·신사업 나선 토요타까지
SDV 전환 환영하는 반도체…협력 강화할까
  • 등록 2024-12-03 오전 6:00:01

    수정 2024-12-03 오전 6:00:01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완성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로의 전환에 집중하면서 전 세계 글로벌 브랜드 간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시대가 자동차 산업에도 도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수조 달러를 쏟아 붓고,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며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분야를 아우르는 ‘합종연횡’까지 펼쳐지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한 빅테크와 손을 잡고 승기를 잡으려는 기업이 눈에 띄는 가운데, SDV 전환을 발판 삼아 새로운 먹거리를 키우려는 산업 분야의 융합이 활발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A부터 Z까지…‘풀스택’ 개발 나선 완성차

완성차 기업은 각 사 전략에 맞춰 다양한 SDV 전환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체 개발을 통해 SDV 역량을 내재화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고, IT 기업과 손잡고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는 곳도 있다.

SDV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E/E 아키텍처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체를 아우르는 ‘풀스택’ 개발에 나선 대표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8월 열린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SDV 개발을 향한 구체적 목표를 밝혔다.

현대차는 중앙 집중형 통합 제어기를 적용한 풀스택 SDV를 오는 2026년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AVP(첨단차플랫폼) 본부와 포티투닷(42dot)이 개발한 아키텍처부터, 200TOPs(초당 1조번 연산)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갖춘 반도체까지 탑재한 현대차 고유의 SDV다. 현대차는 SDV 페이스카(기술 검증을 위해 소량 생산하는 차량)를 출시해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다. 기아도 내년 SDV 프로토타입을 내놓고 내후년부터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을 목표로 새로운 아키텍처인 MMA(Mercedes Modular Architecture)와 독자 OS ‘MB.OS’를 고도화하고 있다. BMW 역시 자사 OS인 차세대 ‘BMW OS 9’을 기반으로 개발에 나섰다. 토요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차리고 2025년에 자체 OS인 ‘아린(Arene)’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투자하고 손잡고…합종연횡 활발

아예 SDV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기업과 전략적 협력에 나선 완성차 그룹까지 등장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자체적인 운영체제(OS)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서 나아가 차세대 E/E 아키텍처를 확보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지난 6월 폭스바겐이 미국 전기차 신생기업 ‘리비안’에 2026년까지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한 이유다.

시작부터 빅테크 기업과 협업해 OS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발 빠르게 확보한 뒤, 자체 개발 OS에 집중하는 완성차 브랜드도 있다. 바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다. GM은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얼티파이(Ultifi)’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 상태다. 구글 생태계와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소니와 손을 잡은 혼다도 자사 OS를 직접 개발하되, 전략적 협업을 통한 OS를 개발할 것으로 점쳐진다. 혼다는 소니와 아예 합작사를 만들어 양산형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오는 2026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와의 공생…이 산업이 웃는다

새로운 모빌리티인 SDV 등장을 반기는 산업 분야는 많다. 최근 눈에 띄는 산업군은 반도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탑재하던 반도체보다 차량용 반도체가 훨씬 저사양·저성능이던 과거와 달리, SDV 전환이 앞당겨질수록 차량에 탑재할 반도체가 점차 고성능으로 진화하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SDV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고성능 칩의 단가가 높은 만큼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 반도체 업계에게 SDV는 ‘블루 오션’이다. 완성차 업체는 SDV 전환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8세대 V낸드를 적용한 차량용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제품을 내놨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최첨단 수준의 차량용 SSD를 구현해 자율주행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포티투닷과 협력하며 전장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SDV 플랫폼에 장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구글과 협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에 차량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샘플을 공급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오토모티브 스파이스 레벨2 인증을 획득하며 꾸준히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업계 1위로 꼽히는 NXP는 고성능 반도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차량용 통합 프로세서 제품군인 S32N의 첫 번째 디바이스 ‘S32N55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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