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컨더리 인기… '큰 장' 선다

[다시 M&A의 시간]③
세컨더리 딜 향한 PE들 관심 이어져
경기침체 장기화에 중고 매물 수요↑
UTK 인수 등 PE간 손바뀜 사례 증가
글로벌 시장 공략 세컨더리펀드 주목
  • 등록 2024-02-09 오전 8:00:00

    수정 2024-02-09 오전 8:00:00

제 3터미널-UTK 신항부두 전경. (사진=UTK)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PEF가 보유한 매물을 되사는 ‘세컨더리 딜’(Secondary Deal)의 인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 우려가 장기화되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으로 투자가 가능한 세컨더리 매물의 매력이 부각된 탓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맥쿼리PE로부터 탱크터미널 운영업체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IMM PE는 지난해부터 조성 중인 2조6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 ‘로즈골드 5호’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맥쿼리PE에서 IMM PE로 손 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세컨더리 딜 시장에서 PEF 운용사의 존재감이 드러난 사례다.

국내 PE단에서 세컨더리 딜이 이뤄지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그간 PE들끼리는 시장 규모가 작아 출자자(LP)가 서로 겹친다는 이유로 거래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엑시트 수단이 제한되면서 운용사 간 협의가 용이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되는 세컨더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MBK파트너스가 유니슨캐피탈로부터 3D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를 인수한 건이나 스톤브릿지캐피탈이 VIG파트너스로부터 안마의자 렌탈업체 바디프랜드를 인수한 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내에서 PE발 세컨더리 딜이 활성화될 조짐이다. PE들이 포트폴리오 청산을 위해 내놓은 매물들은 쌓여 있는데 고금리 여파로 기업들이 좀처럼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블라인드펀드를 갖고 있는 PE 운용사의 경우 펀드 소진을 위해서라도 세컨더리 딜을 적극적으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그간 세컨더리 시장을 주도해 온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IMM인베스트먼트는 ‘IMM해외세컨더리 제 1호’ 펀드를 결성하고 해외 PEF에 세컨더리 투자를 본격화했다. 해당 펀드는 영국계 투자사인 콜러캐피탈의 세컨더리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형태로 1000억원 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DSC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12월 2030억원 규모 ‘세컨더리패키지인수펀드 제 1호’를 결성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2023년 정책지원펀드 출자사업’ 세컨더리 대형 부문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6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군인공제회(200억), 사학연금(150억) 등 출자금을 확보했다. 이 펀드를 이용해 인공지능(AI)과 테크 분야에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도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세컨더리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이번 펀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글로벌 PE의 세컨더리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하고 해당 펀드가 투자하는 대상 중 선별해서 공동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부동산, 인프라 중심이었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으로도 확대해 나가겠단 계획이다.

영국과 미국 등 글로벌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국내 운용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조성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역대 최대 규모 세컨더리 펀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해당 펀드는 ‘빈티지 9호’로 규모가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국내 기관들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세컨더리 시장이 중대형 영역에서도 활성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올해는 본격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는 PEF들을 중심으로 세컨더리 딜을 찾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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