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2월부터 3월까지 단계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가격을 올리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에 따른 가격 협상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업체까지 가격 인상폭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TSMC가 전 세계 파운드리 1위라는 상징성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행보는 후발 주자의 연쇄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TSMC는 아직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서 약 10%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팹리스가 주문을 넣으면 칩을 생산해 주는 전문 생산 업체를 말한다. 아무리 좋은 설계를 해도 고도의 생산기술을 이용해 수준 높은 제조를 하지 못하면 첨단 반도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자 파운드리 몸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대비 23.7% 상승해 846억달러(약 91조9300억원)이고, 올해 시장은 이보다 7% 더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를 이끌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가 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치열한 선두 경쟁싸움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5.6%로 1위를 차지하고 삼성전자는 16.4%를 차지했다.
두 회사는 7나노미터(nm·10만분의 1) 이하 공정이 가능한 업체다.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 캐파는 10나노 이하 공정에서 풀 예약 상태로 알려져있다. 5나노 이하 공정을 찾는 대형 팹리스인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을 포함해 올해부터 하위 공정 외주 파운드리를 시작한 인텔까지 엄청난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TSMC는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554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5나노 공정이 전체 물량의 20%에 달할 정도로 프리미엄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전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최대 280억달러(약 30조7740억원)를 신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전년 대비 63% 늘어난 수준이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 셈이다. 애플, AMD, 퀄컴 등의 주문량이 넘치고 인텔의 추가 수주 가능성까지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텔로부터 ‘사우스브리지’ 반도체 칩센 생산을 수주했다. 여기에 더해 인텔이 지난 실적 발표를 통해 ‘특정 기술과 제품’의 경우 위탁 생산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혀 삼성전자가 인텔의 3,5나노 생산 공장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거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증설을 검토하며 추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18조8000억원)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 뉴욕주에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다른 외신은 “삼성전자가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입해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에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기사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안진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이제 설계보다는 제조 능력을 가진 회사들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생산기술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시장에서 이미 선두에 있는 TSMC와 삼성전자는 올해 더 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