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우리나라보다 해외 PEF 운용사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난색을 보이며 수년간 묵힌 답답함을 표출했다. 금융감독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입맛대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운용사들에 지친 큰손들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투명한 절차를 거치는 해외 PEF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보다 해외 PE로 눈 돌리는 큰손들
최근 이데일리가 연기금과 공제회, 기타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 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PEF에 어느 정도 출자하겠지만, 해외 출자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응답률이 37.2%(11표)로 가장 높았다. 이들은 국내 PEF 출자 비중을 21~40% 정도로만 두기를 희망했다. 반면, ‘가급적 국내 PEF에 출자하며 해외에는 소규모 배정’을 원한 응답자는 1명(3.4%)뿐이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가 대체투자 부문 실무자들은 국내 사모펀드들이 실질적인 운용수익률이 낮은데도 포트폴리오를 과장함으로써 자금을 유치하려는 관행이 팽배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즉 기관투자가 출자사업에서 최종 선정되기 위해 운용 중인 펀드 내역 중 좋은 것만 골라 선보이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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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제회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심사 단계에서 수익률 위주로 보게 되는 건 당연한데, 상장사는 기본적으로 시가평가가 원칙”이라며 “그런데도 일부 국내 PE가 공정가치평가를 적용했길래 시정을 요구했더니 자진 철회하는 등 사례가 종종 발생해 실무 부서와 리스크 부서가 항상 공동으로 크로스 체킹에 나선다”고 밝혔다.
짧은 업력과 운용역 전문성 문제 지적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대형 하우스는 내부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위원회가 있어서 자기가 투자한 종목의 유사업종 주식이 떨어지면 시장접근법 등을 활용해 다시 조정하기 때문에 신뢰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그런 과정 없이 경영권 프리미엄도 어마어마하게 붙기도 하고, 주식 운용 경험조차 없는 운용역들이 다수라는 점 등 해외보다 시스템상 부족한 게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부분 기관투자가는 이데일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PEF의 문제점(전체 복수응답 44표, 최대 2개 복수응답 가능)으로 ‘운용 과정에서의 소통 부실’과 ‘운용역들의 전문성’을 꼽았다. 각각 전체 응답자 가운데 46.4%(13표)와 35.7%(10표)로 압도적으로 많은 표수를 받았다. 금융시장 환경이 좋고 사모펀드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완화했을 때를 틈타 PEF가 우후죽순 생겨난 만큼 운용역들의 자질을 따지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해외 운용사가 제공하는 정보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공제회 관계자는 “시장에 안 좋은 이슈가 터지면 당연히 투자자로서 궁금한 부분이 있어 자료를 요청하는데, 국내 사모펀드들은 아무 연락이 없어 해외보다 시스템이 한참 미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국내 PEF 시장이 안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운용역 전문성이나 내부 프로그램, 성과 보상 시스템 등 부분이 과제로 남아 시간을 두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