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첨단범죄수사 1팀 이OO 수사관입니다. 박소현씨가 연루된 개인정보 유출 및 명의도용 사기 사건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노량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씨가 풀어놓은 사건은 지난 8일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사기범은 최근 사기사건으로 검거한 피의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박씨의 통장 2개를 발견했다고 겁을 줬다.
사기범은 장황한 설명 끝에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범죄에 연루된 통장에서 돈을 찾아 석수역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역 앞에 금융기관 직원이 대기중이니 만나서 돈을 건네라고 했다. 전형적인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이다.
“어디서 전화를 받았냐고 묻더니 사람들 없는 데서 전화를 받으라고 하질 않나, 돈을 찾을 때는 은행 직원들의 확인 문답에 반드시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게 아니라고 답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구요.”
통장에서 900만원을 찾아 석수역으로 가던 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동작경찰서 정인태 보이스피싱 TF팀장에게 연락했다.
박씨는 이때부터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들에게 속은 척하는 연기를 하면서 석수역으로 향했다.
박씨는 “경찰분들이 함께 동행했기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은 없었다. 범인들을 꼭 잡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며 예비 경찰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사전에 석수역 근방에서 잠복해 있던 경찰은 박씨가 나타나자 모습을 드러낸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이미 비슷한 수법으로 9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의 피해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목전으로 다가온 9급 경찰 순경 시험에 두 번째 도전한다는 박씨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떳떳하게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당당한 경찰이 되고 싶다”며 “이번에는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