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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결박을 도구를 사용해 절단했다면 보다 빠른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칼은 화재 진압시 필수가 아닌 선택 장비여서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휴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4일 밀양소방서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화재 당시 세종병원 3층 중환자실 침상에 묶여있던 18명 환자의 결박을 맨손으로 풀었다.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은 “장갑을 벗고 손으로 풀었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구조에 참여했던 노말식 구조1팀장 역시 “장갑을 낀 채 손으로 풀었다”며 “또 다른 대원도 손으로 풀었다고 하는데 나머지 다른 대원들도 손으로 다 풀었을 거다. 다른 장비를 쓸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세종병원 3층에서 환자 결박을 푸는 데 30초에서 1분이 걸려 구조에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노약자는 유독가스에 10초 정도만 노출되더라도 의식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양 화재 사망자의 대부분은 화상이 아니라 유독가스 흡입 등으로 숨졌다.
소방청고시인 ‘구조장비 보유기준’을 보면 현재 화재 진압시 구조대원은 ‘도끼’는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하지만 ‘다목적칼’은 필수 휴대장비가 아니다. 다만 개인 휴대장비는 사고 유형에 따라 현장지휘관이 조정할 수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필수장비는 대원별로 다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며 “선택장비는 최소한 (구조대가) 1개는 보유해야 하지만 재정여건 등 상황에 맞춰 구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교수는 “육상구조시에도 접이식 칼을 소방관들이 갖고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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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 구조대장은 “현장에선 환자를 살린다는 생각에서 안전하고 신속하게 (결박을 손으로) 푸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도끼는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는 것이 위험했고 다목적칼은 개인별로 없어 휴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다만 “요양병원은 많고 앞으로 구조활동이 더 나아져야 하기 때문에 대원들에게 다목적칼 사용과 개인별 지급을 얘기하고 있다”며 “소방서장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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