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보험금' 사업가 A씨 사망사건의 실체는 [보온병]

보험사 10곳에 보험상품 12개···1년 간 집중 가입
계약자는 아내·자녀·며느리 다양···대상자는 A씨만
  • 등록 2023-07-15 오전 10:52:22

    수정 2023-07-15 오전 10:52:46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현장에서 사망한 사업가 A씨. 당시 그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각종 보험상품 12개에 가입한 상태였다. A씨가 사망할 경우 유족이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은 30억원이 달했다. 특이한 건 보험사 10여 곳과 보험 계약을 한 사람 즉 보험계약자(보험료 납입하는 사람)는 아내, 자녀, 며느리 등 다양했지만, 보험 대상자는 일관되게 A씨였다는 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액 사망담보 잇따라 체결···월 보험료만 1000만원↑


A씨의 행보는 6~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16~2017년에 걸쳐 약 1년간 여러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2017년에 가입한 보험계약은 고액보험계약으로 월 보험료가 수백만원 수준인 건이 여러 건이었고, 모두 A씨의 사망을 고액으로 담보하는 보장이었다.

해당 보험은 모두 보장성보험이었는데, 재해사고로 사망할 경우 남아 있는 가족들이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이 크게 설계됐다.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다 보니, 매달 나가는 납입보험료만 하더라도 1000만원 이상으로 훅 올랐다.

일반적이지 않았던 지점은 A씨가 실질적인 사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매월 이 같은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보험계약의 보험료를 자녀가 주로 납입했지만, 자녀 역시 A씨의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이외 정기적인 소득은 없었다.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A씨는 2001년부터 급성심근경색증, 당뇨, 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가입한 보험에 병력을 고지하지는 않았다. 여러 건의 계약을 가입할 때 고지한 직업, 소득수준도 모두 다르게 고지했다.

레이더에 잡힌 보험사기 정황···재판부도 “보험금 부당취득 목적”

이런 이유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청구한 A씨의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많은 보험을 가입한 점, 동일한 보장성 보험에 중복적으로 가입했다는 점, 직업과 재산상태 등의 모든 정황이 ‘보험사기’를 가리키고 있어서다.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한 보험사는 정황상 A씨가 사고가 아닌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유족은 사고사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기에 이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므로, 이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고 봤다. 유족 측은 A씨가 사업체를 운영했고, 사망시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액의 보험계약을 다수 가입했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현재 유족들이 항소를 결정하면서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이른바 ‘이은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사망담보’ 관련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고위험 청약 건에 대해 특별인수 심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된 특별인수 심사 대상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르고 사망 담보 금액이 30억원 이상, 4건 이상 계약을 맺은 경우다. 특별 인수 심사 대상에 오르면 담보 가입 금액과 잔여 기대 소득, 실제 소득을 비교하는 등 강화된 재정 심사를 적용받게 된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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