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 창펑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트윗을 보고,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헌트’ 팀원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오 CEO가 자랑스럽게 소개한 비카소가 헌트의 챗카소(Chatcasso)와 이름부터 기능까지 너무 비슷해 보였기 때문.
더욱이 챗카소는 헌트 팀원들이 지난 12월 바이낸스가 주최한 ‘BNB체인 해커톤’ 대회에 나가 개발한 것으로, 1위 수상까지 한 제품이다. 헌트 공동창업자 조영휘 이사는 “(해커톤 이후) 아이디어 사용에 대해 우리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이뤄진 일”이라며, “직접 주최한 해커톤 대회의 1등 수상팀의 제품을 도용했다는 점, 제품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름도 카피했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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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비카소는 어떨까. 텍스트나 이미지로 NFT를 만들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챗카소와 핵심 기능이 같다. 단, 비카소는 AI로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들어 민팅하게 해줄 뿐, 챗카소처럼 생성AI로 콘셉트가 유사한 여러 에디션을 만들어 민팅할 수 있는 기능은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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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기능만 같기 때문에, 비카소가 챗카소를 베낀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챗카소가 바이낸스 해커톤에서 수상한 아이디어이고, 비카소와 챗카소가 이름 한 글자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낸스가 비카소를 만들 때 챗카소를 참고하지 않았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보다 큰 문제는 해커톤을 주최한 대형기업이 참여 소기업의 아이디어를 아무런 협의 없이 가져다가 쓰는 일이 발생했고, 이번 사건이 이대로 묻히면 블록체인 개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완전히 개인화된 인터넷이라는 ‘웹3’라는 철학은 멋지지만, ‘킬러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 바로 블록체인 업계의 오래된 숙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들은 서비스 개발 업체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독려하고 지원해 왔다. 단시간 내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까지 구현해 수상작을 가리는 해커톤 대회는 메인넷 업체가 앱 생태계를 지원하는 대표적 개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기업인 바이낸스가 해커톤 참가 업체의 아이디어를 슬쩍 가져다가 자신들의 서비스에 끼워 넣고도 아무렇지 않게 홍보하는 상황에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헌트은 챗카소에서 구현한 아이디어를 자사 NFT 발행 플랫폼 ‘딕셀클럽’에 확장 기능으로 추가해, 정식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제 바이낸스가 자신들의 NFT플랫폼에 비카소를 추가하면서 마치 헌트가 바이낸스를 카피했다는 오해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낸스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바이낸스가 이제라도 헌트에 정식으로 협력 요청하고, 해커톤의 취지대로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상생하며 앱 개발 생태계를 키우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