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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 같은 단기 일자리 확대가 고용난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등 취업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어 재정 투입을 늘려서라도 확대 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매 정부 반복돼 온 단기 일자리 처방 효용성 논란
정부가 고용률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쏟아부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비판은 매년 되풀이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뀔 뿐이었다. 또 이 같은 논란에도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출발은 IMF 외환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던 1998년이다. 김대중 정부는 그해 3월 공공분야에서 12만8000명을 고용하기로 했고 이듬해부턴 이를 본격화했다.
관련 예산도 첫 해 1조444억원에서 이듬해 2조621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임기중 연평균 5조3262억원에 이르는 일자리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직접 일자리 사업에 투입했다. 대부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일시적 취업경험과 생계비 지원 차원의 인턴이었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양호했던 노무현 정부 때 일자리 예산은 연평균 1조6191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관련 예산도 2003년 278억원에서 2007년 1조294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 땐 2008~2009년 국제 금융위기를 맞아 다시 일자리 예산이 연평균 9조2230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청년 실업난과 고령화가 본격화한 박근혜 정부 땐 연평균 17조735억원으로 다시 84.8% 늘었다. 국내외 청년인턴제도 이때 등장했다.
매번 효용성 논란이 뒤따랐으나 직접 일자리 사업은 꾸준히 늘었다. 그때마다 찬반 진영이 바뀌었을 뿐이다.
일례로 유은혜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2016년 9월 박근혜 정부 시절 직접 일자리 지원사업 성과가 극히 미비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규모가 고용지표를 왜곡할 정도로 커졌고 그만큼 정치적 악용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 들어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계를 보면 불완전 취업자가 많이 늘었다”며 “정부 직접 일자리 사업의 폐해로 반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민간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정부 역시 직접 일자리 사업의 한계는 인정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7일 지난해 직접 일자리 참여자 81만4000명 중 민간 일자리 취업으로 이어진 참여자는 16.8%에 그치는 등 직접 일자리 사업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며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은 그나마 평가 체계라도 갖추기 시작했으나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크고 작은 단기 일자리 사업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그럼에도 직접 일자리 사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직접 일자리 사업 대상은 대부분 민간 취업이 어려운 장기 실직자나 노인 같은 취업 취약계층이고 사업 내용 역시 준 공적 성격을 띈다”며 “혁신성장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 노력과는 별개로 공공에서 공공의 역할을 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직접 일자리 규모는 여전히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효용성 질문에 “과거부터 해 온 일자리를 통한 복지”라며 “고령인구가 크게 늘어난 만큼 숫자와 급여 수준을 늘렸고 어르신의 빈곤 해결에 도움을 주려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81만명여 명의 직접 일자리 사업 참여자 중 68.2%인 56만명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일정 부분 소득보조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부분에서는 일자리를 해결할 수 없는 고령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직접 일자리 대책도 필요하다”며 “다만 이와 별개로 정부가 기업과 힘을 모아 국가적인 신산업을 키우고 산업 활력을 북돋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