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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국의 매운 양념으로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있지만 이는 단독으로 쓰기보단 다른 재료와 섞여야 맛을 냈기 때문에 활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간편하게 뿌려 먹을 수 있는 가루 형태의 양념을 구상했다.
목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양념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었다. 시장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스·양념·조미료 시장 규모는 211억 2600만달러(약 23조원)로 2023년엔 2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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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류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3가지 조건을 맞춰야 했다. △소화를 방해하는 글루텐이 없을 것 △채식주의자(비건)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일 것 △음식을 먹으면서도 건강기능식품적인 효과를 낼 것.
그런데 젓갈이 문제였다. 김치 특유의 감칠맛을 내려면 젓갈이 필수지만, 이 경우 비건 제품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4번의 샘플작업을 거쳐 식물성 재료만으로 감칠맛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비건 제품 인증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시즈닝이 가진 유산균·비건·제로칼로리라는 요소들이 현지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미국 내에서 김치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안 대표는 “과거엔 김치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냄새나는 기피 식품이었지만 현재는 유튜브에서 서양인들이 김치 담그는 법을 공유할 정도로 대표 건강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푸드컬처랩의 사무실은 전남 순창에 있고 김치시즈닝은 충북의 한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한다. 안 대표는 “비행기로 제품을 실어나르고 있지만 금방 소진돼 현재 아마존 기준으로 재고 1만개를 비축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며 “미국 내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 공장 가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치시즈닝은 국내에서는 네이버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동, 인도,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와 미국 오프라인 매장들과도 공급계약을 맺었다.
안 대표는 김치시즈닝을 활용해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도 국내에서는 KFC와 협업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나아가 비건 인증을 받은 장점을 살려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드와 같은 세계적인 대체육 제조사와의 협업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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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안 대표가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사업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안 대표는 이미 10년 전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유학을 꿈꾸던 그는 영어 공부를 위해 2010년 먼저 필리핀으로 향했다. 당시 동남아에선 한류열풍이 불었는데 필리핀 친구들이 한국음식까지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안 대표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안 대표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재료값을 벌면서 장사를 계속했다. 한국인 자매가 하는 포장마차 ‘서울시스터즈’라는 브랜딩으로 차별화하자 점점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늘었다. 6개월만에 두번째 매장을 열었고 1년반 만에 8곳까지 확대했다.
그러던 중 필리핀 현지 식품 유통업체 GNP트레이딩에서 합류 제안이 들어왔다. 안 대표는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GNP트레이딩에 브랜드를 매각하고 신사업본부장으로 들어가 사업의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6년만인 2018년 한국으로 돌아와 푸드컬처랩을 창업했다.
안 대표는 “외식과 제조분야 모두를 경험했지만 현재는 김치유산균을 기반으로 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K푸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전세계 어디를 가나 주방에 우리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1985년 서울 출생 △서울여대 경제학과 중퇴 △2010년 서울시스터즈 창업 △2012년 필리핀 GNP트레이딩 신사업개발 본부장 △2018년 푸드컬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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