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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업체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최소 6개의 러시아 포탄이 에네르호다르를 공격했다”며 “이 공격으로 원전 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에네르호다르의 드미트로 오블로프 시장은 이날 “지금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명백한 핵테러이며 언제 끝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매일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단일 원전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로, 러시아가 자포리자를 점령한 3월 초 이후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에네르고아톰이 운영해오고 있다. 약 100명의 직원이 5개월 이상 구금된 채 원전 2기 운영에 동원되고 있다. 외부 부지의 저장시설에는 174개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자포리자 원전 및 인근 지역에 대한 포격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IAEA의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대표부 대사인 미하일 울리아노프는 “자포리자 원전 방문을 늦춰서는 안된다”면서도 “포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IAEA 조사팀이 사찰을 위해 자포리자 원전으로 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조작해 공격의 빌미를 만드는 기만 전략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핵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원전을 방패 삼아 군사 거점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이날 텔레그램 영상 연설에서 “자포리자 원전을 향해 포격을 가하거나, 자포리자 원전을 군사 기지로 활용하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모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특별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또 “우리는 숨길 것이 없다”면서도 IAEA의 사찰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원전 통제권을 돌려주라는 주요 7개국(G7)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있다. 이날 성명에서는 되레 “자포리자 원전과 올레니우카 포로수용소 등 2곳에서 발생한 포격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해 공개적으로 국제 전문가들의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핵재앙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 인근 주민들의 도시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NYT는 이날 오전 러시아가 통제하는 영토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영토 사이의 도로에 약 1000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며, 지난주부터 포격이 잦아지면서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금된 원전 직원들도 감시를 피해 몰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