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노사는 2020년 2월 28일 합의를 통해 처음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던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 반부터 오후3시 반까지 앞뒤로 30분을 줄였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해 해당 지역으로 접근이 차단됐을 때였다. 이후 지난해 전국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노사는 대구·경북 이외 지역까지 영업시간 단축 조치를 확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임금·단체협상 합의할 때 정부의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 전까지 이 방침을 유지하기로 한 뒤 올해 산별교섭에서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올해 산별교섭에서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은 채 TF를 구성해 논의에 나선다는 방침만 다시 합의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금융권 노사가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에 미온적인 것은 실내 마스크 착용 방침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9일 “실내 마스크 착용은 겨울철 유행을 안전하게 넘기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조치 완화는 겨울철 유행 정점을 지난 후 상황 평가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노조가 영업시간 단축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때도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노조는 애초 ‘중식 시간(점심시간) 동시 사용’을 주장하다가 사측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이를 철회하면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단축한 영업 시간을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제안했고 사측이 이를 수용했다. 은행원은 현재 2~3교대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휴게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점심시간에 아예 은행 문을 닫고 다 같이 식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중식 시간 동시 사용이다. 사실상의 ‘점심시간 은행 폐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식 시간 동시 사용을 이유로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고 하면 국민적 비난이 있을 수 있으니 코로나 핑계를 대고 영업시간을 단축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와 정치권은 영업시간 단축을 사실상 고집하고 있는 노사를 비판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영업시간 원상 복귀가 안 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창구를 이용하는 시간이 짧아져 점포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복귀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당은 금융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나 정부 차원에서 노년층의 금융 접근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더 적극 관여하거나 챙겨 봐야 한다”며 “영업시간 변경을 한 번 더 촉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영업시간은 노사 합의 사항”이라면서도 “소비자가 이용에 불편을 느낀다면 소비자 보호라는 당국의 중요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금감원에는 짧아진 은행 영업시간에 따른 민원과 불만 접수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