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등급 상향 현대캐피탈…"고마워 현대차·기아"

[위클리 크레딧]
기아 등급 상향에 현대캐피탈도 등급 올라
LG디스플레이, 등급강등 가능성 높아져…LG그룹 ''아픈 손가락''
  • 등록 2023-03-25 오후 1:00:00

    수정 2023-03-25 오후 1:00: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이번주 크레딧 시장에서는 기아(000270)와 현대캐피탈 등 현대차(005380)그룹의 신용평가 등급이 상향됐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경우 고금리 환경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 영향에도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에 힘입어 신용등급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034220)(A+)는 등급전망이 하향되면서 신용평가사 3사 모두 ‘부정적’ 전망을 매겼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것이다.

기아, 반도체 공급난 회복으로 실적 개선 전망

NICE신용평가는 지난 24일 기아(000270) 선순위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AA, 긍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는 그동안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공급난이 점진적으로 완화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 이후 올해 완성차 시장은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아 사옥.(사진=기아.)
경기침체 우려와 고금리 속에서 수요 위축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공급자 우위 시장환경에서 그동안 누적된 대기수요를 바탕으로 생산 증가가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시장 수요회복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2021년 이후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심화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해에는 우호적인 환율 영향까지 더해져 2개년 연속 양호한 실적을 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촉발한 고금리 기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구소비재인 완성차 수요 감소 가능성과 자동차 생산 정상화에 따른 경쟁 심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아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으로 이연된 풍부한 대기수요와 코로나19이후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현재의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하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원활한 현금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현금창출능력 확대로 재무안정성도 과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김나연 책임연구원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충하면서 부채비율이 증가했지만 잉여현금창출이 지속되면서 순차입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우수한 수익성에 기반한 안정적 현금창출력으로 재무안정성이 큰폭으로 개선됐으며, 보유 유동성을 활용한 차입금 감축 여력 등을 감안할 때 매우 우수한 재무완충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친환경차 확산과 자율주행차 개발 등으로 완성차 업계 경쟁지위가 변화될 가능성, 미국과 유럽 중심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투자부담 증가 여부 및 수익성 변화 여부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해야한다고 봤다.

현대차·기아 잘 나간다면 나도…현대캐피탈 ‘등급 상향’

이번주 신용등급 상향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현대캐피탈이다. 나신평은 기아와 함께 현대캐피탈 선순위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하고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지난 2월 나신평은 물론,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캐피탈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한 바 있다. 신평 3사가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긍정적으로 상향한 뒤 한 달여만에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현대캐피탈의 등급 상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여전하고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전속 금융사라는 시장지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 사옥 전경.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의 99.8%(현대자동차(005380) 59.7%, 기아(000270) 40.1%)를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인수율은 지난해 총 판매대수의 41.6% 수준이다. 현대캐피탈 영업자산 내 자동차 금융(신차 및 중고차 포함) 비중은 지난해 기준 78.3%다. 자동차 금융 자산 중 현대자동차그룹 차량 비중은 지난해 기준 97.3%로 현대자동차그룹과 매우 높은 사업적 긴밀성을 보유하고 있다.

동영호 수석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 핵심회사인 기아의 등급 상향으로 계열 전반 신인도가 상승했다”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캡티브 금융사로서 극히 우수한 사업기반, 안정적인 수익성 및 재무위험 관리 역량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캐피탈의 보수적 위험관리와 지속적인 이익누적을 통한 우수한 자본완충력 수준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높은 자본시장 접근력, 다변화된 조달구조에 기반해 유동성 대응능력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는 평가다.

올 한해 완성차 업체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보이는만큼 향후 현대자동차·기아의 실적 추이와 현대캐피탈 계열의 일체성 등이 신용등급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신평 3사 ‘부정적’ 강등…신용등급 먹구름

반면 LG디스플레이(034220)(A+)는 신평사 3사에서 모두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강등되면서 신용등급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한신평과 나신평에 이어 한기평까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원이 넘은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역시 1조37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현수 한기평 책임 연구원은 “지난해 전방수요 급감 및 판가 하락 등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재무레버리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중단기간 저조한 영업실적과 과중한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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