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우리은행 민영화 절반의 성공

  • 등록 2016-11-15 오전 7:00:00

    수정 2016-11-15 오전 7: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민영아, 어서 오너라”

우리은행 홍보실 한쪽 벽면에 이같은 내용의 캘리그라피(손으로 그린 그림문자) 작품이 걸려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임직원들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우리은행이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2000년 이후 16년 만이다. 그 사이 우리은행은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후 시도했던 민영화는 번번이 실패했고 금융지주가 해체되면서 알토란 같은 증권과 지방은행을 팔았다.

작년부터 다시 추진한 민영화, 이번에 성공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통으로 팔겠다는 욕심을 포기하고 눈높이도 낮춘 결과다.

하지만 완벽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우리은행 주가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예정가격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물량 30%를 넘기지는 못했다.

이번 매각으로 공적자금 2조4000억원을 회수했고 매각 물량이 29.7%(2억77만여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각가는 대략 주당 1만1900원선이란 계산이 나온다. 현재 주가수준인 1만2200원선을 밑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공적자금 회수율이 83.4%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최소 10년을 기다려왔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회수율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예비입찰 때만 해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던 투자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발을 뺐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오른 주가도 부담이었겠지만 마침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의 예상 밖 미국 대선 승리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 때문에 한창 흥행몰이 할 때에는 매각 상한선이었던 8%까지 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투자자들이 본입찰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IMM PE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는 기준선 4%에 딱 맞춰 낙찰받았다.

정부나 우리은행은 국내외, 전략적·재무적 투자자가 골고루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고 해외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도 적극 나섰다. 그러나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해외 자금이 일부 있는 IMM PE가 있긴 하지만 결국 거의 국내 투자자들로 채워졌고 목적도 전략적 투자에 편중됐다.

실질적인 민영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정부의 역할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정부는 여전히 21.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정부는 매각이 종결되는 대로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간 체결했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를 즉각 해지할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그동안 우리은행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직접적이고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경영간섭은 없어도 정부의 입김이 어느정도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광구 행장의 연임 여부에서 드러날 수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 자체를 업적으로 꼽을 수 있지만, 과점주주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차기 행장으로 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의 이름이 거론됐었다.

과점주주 하에서 우리은행이 과연 잘 해나갈 수 있을지도 문제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의견일치를 이루기까지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과점주주의 업권이 보험, 증권, 운용사로 다양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어렵게 민간의 품으로 돌아온 우리은행이 정부 산하에 있을 때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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