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IC webinar]② 中 대체투자 패러다임 전환...“근시안적 접근,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판 커지는 中 대체투자...불확실성과 기회 양날의 칼
보신주의, 단기실적 급급 국내 기관...투자기회 놓쳐
“中 톱 VC들과의 교류도 미미...장기적 신뢰 구축 필요
해외투자 과잉 규제도 발목...제도 정비, 투자 길 터야“
  • 등록 2020-06-23 오전 6:30:10

    수정 2020-06-23 오전 6:30:10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그룹 회의실을 주 무대로 진행된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웨비나. 서울, 베이징, 상하이에서 각각 접속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화상에서 만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거친 들판에도 보석이 놓여 있다. 다른 투자자들이 떠나는 시기가 절호의 기회다”(테드 린 BCC 공동 대표) ”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 중국 시장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유재훈 중국자본시장연구회 이사장)”

중국 투자는 불확실성과 기회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회계불투명성, 정책 변동성 그에 따른 극심한 정보 격차 등 각종 불확실성은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 반면 14억 내수시장을 보유한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잠재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임을 투영한다.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차이나 드림’은 신기루가 될 수도 대박의 꿈을 현실화할 수도 있는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국 경제는 이미 패러다임의 전환에 직면해 있다. 중국 경제의 파이가 커짐에 따라 그동안 성장세를 구가해온 벤처캐피탈(VC), 사모투자(PE) 등 대체자산도 일련의 흐름속에서 도전과 기회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전환점에 선 중국 대체투자. VC와 PE를 중심으로 중국 대체투자의 위협요인과 기회요인, 국내 투자자들의 대응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했다.

타이 린(프로테라 투자파트너스)· 황 시첸(이카홀딩스)· 윌 플로머(마라톤벤처 파트너스)대표와 컨설팅 업체 BCC글로벌의 자오 창· 테드 린 공동 대표,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 유재훈 중국자본시장연구회 이사장, 김진우 신영증권 IB전무, 호경식 한국투자파트너스 중국법인장 등 한·중 전문가 9명이 김세훈 BCC글로벌 한국 법인장의 사회로 100분간 원격 화상토론을 진행했다. 김 법인장은 서울 중구 통일로 KG그룹 본사 회의실, 나머지 연사들은 서울, 베이징, 상하이의 사무실에서 각각 화면에 접속했다. 토론 후 연사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완했다.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창

전문가들은 중국 대체투자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사태 등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황 시첸 대표는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 극복을 위한 제1단계 과제로 내수 특히 투자를 늘리기 위해 외국인투자 유치에 전력하고 있다”며 “미국 자본의 중국투자가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등 잠재적 투자자들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훈 이사장도 “중국은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시장개방, 시장경제체제로의 개혁을 통해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벤처캐피탈의 경우 이사회부터 IPO승인까지 단계별로 규제를 정비하는 등 개혁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의지다.

이규홍 단장은 “대체투자는 사적계약으로 신뢰가 관건”이라면서 “사적 계약을 공권력이 언제든지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불확실한 시장에선 적극적인 투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규모와 역량에 한계가 있다”며 “나라별로 세분화된 전략을 구사할만큼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정교하게 짜는 일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보신주의, 근시안적 접근이 투자 발목 잡는다

실제 국내 공적 연기금의 중국 대체투자 실적은 유명무실한 상태. 이는 곧 이들의 보신주의, 근시안적 태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우 전무는 “장기투자엔 리스크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책임 문제가 따른다”며 “가뜩이나 (중국) 시장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에서 단기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 지배구조 문제가 중국투자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투자결정의 책임자인 공적 연기금 CIO들의 임기는 통상 2∼3년. 이런 상황에서 기존 프레임을 뛰어 넘는 혁신적인 투자, 근시안적 접근을 넘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는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투자심의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고 향후 감사에서도 문제 되지 않을 만한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경식 법인장은 “중국 현지에서 보면 정작 선진국 투자회사들은 (국내 투자자만큼) 중국 기업, 중국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올바른 회사에 투자했고 적절한 엑시트 방법만 있다면 회계나투자회수 문제는 중국의 최상위급 투자처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이해의 부족”이라며 “중국엔 실력 있는 VC들이 많지만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장기적으로 교류하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결국 성공적인 중국 투자를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 전문가집단의 활용, 현지 파트너와의 공조 등 3대 요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테드 린 대표는 “중국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LP들은 최고의 GP들과 오랜 기간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로컬환경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집단을 활용하고 현지 유력 GP들과의 공동투자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전무는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이 미미하다는 건 투자자들에겐 엄청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며 “자산배분단계부터 중국을 이머징시장과 별도로 분리 배정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중국 투자의 기반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투자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재훈 이사장은 “국내 투자자(LP)들이 외국 투자자들에 비해 과도한 감사, 과잉규제로 역차별받을때가 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공동 투자기구(vehicle)를 구성해 해외투자에 관한 한 외국계와 동일한 감사룰을 적용받는다면 투자풀을 확대할 수 있고 중국과 같은 다소 불확실한 시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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