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OTA는 늘어난 실적에도 예정됐던 채용계획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여행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으로 경영 효율성, 조직 생산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서 입니다. 지난 3년간 기술 개발, 인력 충원에 공격적으로 나서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항공, 숙박, 투어 등이 포함된 패키지여행이 주력인 전통 여행사는 코로나19 혹한기를 맞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시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하나투어는 2500명에 육박하던 직원이 1100명대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40개가 넘던 계열사와 국내외 법인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인력 전환배치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전체 직원이 1200명이 넘던 모두투어는 절반 아래인 500명대, 코로나19 사태 발발 1년전 코스닥에 상장한 노랑풍선도 600명이 넘던 직원 수가 300명 아래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나마 자금력이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 참좋은여행, 레드캡투어도 같은 기간 30~40% 인력이 이직, 전직 등을 이유로 빠져 나갔습니다.
반면 토종 OTA ‘삼대장’으로 불리는 야놀자, 여기어때, 마이리얼트립은 같은 기간 몸집이 몰라보게 불어났습니다. 디지털 전환(DX), 초개인화 트렌드로 포스트 코로나 여행시장의 주역이 되리라는 기대감은 공격적 투자의 이유, 명분이 됐습니다. 국내외 항공권, 패키지여행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전통 여행사 인력의 이적도 잇따랐습니다.
2020년 트리플(100억원)에 이어 2021년 인터파크(2940억원)를 인수한 야놀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787명(2020년 1월)이던 인원이 3년 새 1112명(2023년 7월)으로 40% 넘게 늘었습니다. 인터파크, 트리플, GGT(Go Global Travel) 등 국내외 계열사를 포함하면 3000명이 넘습니다. 야놀자에 이어 두 번째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등극한 여기어때도 같은 기간 355명이던 인원이 556명으로 200명 넘게 늘었습니다. 마이리얼트립도 지난 3년간 기술개발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134명이던 인원이 283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랬던 OTA가 최근 채용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발단은 야놀자의 희망퇴직입니다. 야놀자는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들어갔습니다. 이달 6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는 4개월치 급여 또는 3개월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조건입니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야놀자는 국내 숙박과 레저 분야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자 원인도 실적이 줄었다기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홍보·마케팅, 기술개발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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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등 전통 여행사들은 인력 채용의 속도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채용 속도 조절에 나선 OTA와 대조적인 분위기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당장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채용은 물론 3년여 만에 신입 공채도 재개했습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2000명이 넘던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1200명대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두투어는 작년 연말에 이어 올 상반기 두 차례 공채를 통해 신입 직원 60명을 보강했습니다.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도 꾸준한 인력 채용 덕분에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80%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입니다. 여행사들은 현재 별도 기간, 정원을 정해놓지 않고 인력을 수시로 보강하고 있습니다.
되살아난 패키지 인기 “전통 여행사의 부활”
토종 OTA 삼대장은 그동안 사업 영역을 해외 항공권, 호텔 등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온라인 여행사를 인수한 여기어때가 작년 5월 해외 항공권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마이리얼트립은 올해 초 최저가 항공권 판매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인터파크를 인수한 야놀자는 지난 7월 해외 항공권, 호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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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주 고객층이던 20~30대 사이에서 패키지여행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 여행사에선 최근의 호조세는 MZ세대가 이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층의 패키지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행사들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MZ세대의 패키지 이용률이 30~40% 넘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패키지가 자유여행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에 정원 축소, 자유일정 확대, 팁과 옵션(선택관광), 쇼핑을 없앤 3무(無) 정책이 더해지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고환율, 고유가의 영향으로 항공권, 호텔비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패키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불과 3년 전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던 전통 여행사들이 패키지여행의 부활에 이어 추석연휴 특수를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집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여행시장과 업계의 판도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결과는 알 수는 없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스타트업·벤처 여러 곳에 자금을 댄 A 벤처투자사 대표가 던진 말을 곱씹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이제는 이전까지 해왔던 투자의 결과와 성과를 증명해 보여야 할 시점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효율성, 생산성 제고 등 그에 응당한 조치를 요구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참고로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야놀자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받았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2020년 432억원에 이어 2022년 500억원, 여기어때는 지난해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야놀자가 창사 이래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은 2조1390억원, 여기어때가 3330억원, 마이리얼트립이 1224억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