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낮다는데”... 항생제 개발 뛰어든 ‘시오노기·인트론바이오’ 왜?

  • 등록 2024-03-05 오전 7:42:48

    수정 2024-03-05 오전 7:42:48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에서 4세대 복합 항생제가 새롭게 승인되면서 관련 신약 개발사가 재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항생제 전문 바이오텍을 인수한 일본 시오노기제약(시오노기)과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등 대형제약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규 항생제 개발완료 시 폭발적인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꾸준한 매출을 올릴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트론바이오(048530)나 펩타이드 등 국내 바이오텍도 항생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어 주목된다.

(제공=게티이미지)
푸른곰팡이에서 얻은 ‘페니실린’이 시초로 알려진 항생제는 발전을 거듭했다. 반코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등 다양한 항생제와 이들의 복합제가 개발됐다. 하지만 이에 내성을 갖춘 수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의 출현도 지속됐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는 기존 약물을 섞은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질환으로 인한 면역저하 등 슈퍼박테리아 감염위험 인구 역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2050년경 수퍼박테리아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이 될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야국(FDA)가 프랑스 알레크라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복잡성 요로감염 치료제 ‘엑스블리펩’(성분명 세페핌 및 엔메타조박탐)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엑스블리펩은 4세대 항생제로 알려진 ‘세페핌’과 베타 락타마제 저해제인 ‘엔메타조박탐’의 복합제다.

현재 미국 정부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만큼 강조하는 것이 신규 ‘항생제’ 개발이다. 이를 위해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도입했고, 해당 물질 개발 시 신속허가 및 시장 독점권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알레크라 역시 항생제 개발 촉진법에 따라 2032년까지 10년간 엑스블리펩의 독점 발매권을 부여받았다. 기본적인 독점 기간(5년)의 두 배를 적용받은 셈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권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엑스블리펩의 시장성이 얼마나 높아질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아일랜드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 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항생제 시장은 2022년 487억3000만 달러(한화 약 64조8800억원)에서 매년 4.26%씩 성장해 2030년경 680억4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글로벌 시장의 증가추세와 달리 관련 업계에서는 항생제 개발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항생제 개발에 약 10년의 시간과 8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수퍼박테리아는 짧으면 수주에서 수개월만에 신규 약물에 대한 내성을 획득해 버린다. 수익을 내기도 전에 약물이 소용없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대형제약사 시오노기부터 국내 인트론바이오 등이 항생제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제공=각 사)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비교적 적극적으로 항생제 개발 및 유통에 뛰어들면서다.

우선 지난해 6월 시오노기가 항생제 전문 미국 바이오텍 큐펙스 바이오파마(큐펙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큐펙스는 베타락탐 분해효소 억제 기전을 가진 ‘제루보르박탐’을 발굴해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으로 “제루보르박탐을 비롯한 큐펙스의 후보물질들의 글로벌 개발을 진전시키는 데 임을 쏟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기 노보 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홀딩스가 투자전문이기업 ‘거넷포인트’와 함께 파라텍 파마슈티컬스(파라텍)를 최대 4억6200만 달러(한화 약6000억원) 규모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파라텍은 2018년 미국에서 승인된 항생제 ’누자이라‘를 보유한 기업이다. 누이지라의 지난해 매출은 1억3680억 달러로 출시 이후 큰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합병으로 누자이라의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도 스위스 로슈는 미국 하버드대와 함께 항생제 신약 후보 ‘조수라발핀’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인트론바이오가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수퍼박테리아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 신약 후보 ‘SAL200’를 개발하는 중이다. 회사는 현재 SAL200의 미국 내 임상 2상 진입을 위해 FDA와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약사와 SAL200에 대한 기술이전 실시 옵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미국과 유럽 연합 등 19개국에서 해당물질의 제조 등과 관련한 특허도 등록했다.

2018년 설립된 국내 바이오텍 ‘펩토이드’ 역시 수퍼박테리아 감영 예방용 후보물질 2종의 발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수퍼박테리아의 내성발생 빈도를 낮추는 ‘양친매성 저분자 화학 합성’(HSA)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수퍼박테리아를 잡는 항생제로 수익을 올리려면 국내 환자 규모로는 어렵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필수다”며 “다국적 제약사처럼 자금 여력이 없는 국내 기업은 가능성있는 물질을 발굴해 초기 임상 단계를 진행하면서 기술수출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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