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몽클레르’ 매장. 200만원이 훌쩍 넘는 겨울 패딩 아우터(점퍼)가 이날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2시간 만에 팔려나갔다. 지난 6월 입고된 가을·겨울(FW) 신상품 중에는 이미 사이즈가 떨어진 모델도 일부 있을 정도다. 늦여름 날씨에도 이날 매장 안은 고객들의 잦은 방문이 이어지면서 한산한 주변 매장들과는 확연히 대조를 이뤘다.
강승구 신세계인터내셔날 몽클레르 담당 바이어는 “지난해 겨울 인기상품이 일찌감치 조기 품절된 것을 아는 고객들이 상품을 미리 구입하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며 “맞는 사이즈가 입고되면 연락해 달라는 고객 문의도 하루에 수십통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한 벌에 100만~300만원대를 훌쩍 넘는 이른바 ‘고가 패딩’ 전쟁이 올 하반기에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캐다다구스’ ‘몽클레르’ ‘페트레이’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고가 패딩 열풍이 올 하반기엔 ‘파라점퍼스’ ‘무스너클’ ‘노비스’ 등 대형 수입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로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패딩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아웃도어 업체들도 앞다퉈 선(先)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 겨울의류 시장을 둘러싼 시장경쟁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캐나다 프리미엄 패딩 ‘무스너클’은 지난달 30일 서울 청담동에서 론칭쇼를 열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무스너클 측은 “캐나다 고유의 전통과 개성을 표현한 브랜드로 캐나다 현지에서는 ‘국민 패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순부터 해외전문 편집매장에 프랑스 ‘아이작셀럼’과 이탈리아 ‘울리치’ ‘ADD’, 캐나다구스 등 유명 패딩 브랜드를 직수입, 대거 들여올 방침이다. 캐나다구스 측은 “인터넷 등을 통해 고가 수입 패딩에 대한 정보가 널리 퍼지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아웃도어 업체들도 지난달 중순부터 효자상품 ‘다운’을 일제히 매장에 들여놓고 다운 경쟁에 돌입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작년보다 약 열흘 빨리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는 ‘선판매’를 시작했다.
|
이대오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 부장은 “2011년부터 도심에서도 입을 수 있는 특화된 디자인들이 많이 출시되면서 고객층 또한 젊어지며 더욱 급속하게 다운 매출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자사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중량다운은 35%, 헤비다운은 스타일수를 약 50% 늘리는 등 올해 매출을 전년보다 약 30% 이상 높여 잡았다”고 귀띔했다.
예년보다 앞당겨 겨울의류 선판매에 뛰어든 블랙야크도 매출 증가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7월8일부터 지난 달 25일까지 진행된 다운제품 선판매 결과, 판매율이 3배 가량 뛰었다. 블랙야크는 작년 경량다운 위주에서 올해 헤비다운 유행에 맞춰 라인을 전면 개편, 선판매 기간 10여일 만에 8000여장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름에 패딩 전쟁 왜?
고가 패딩이 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워낙 날씨가 춥다 보니 코트나 경량다운보다 실용적인 두터운 패딩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특히 비슷비슷한 아웃도어 점퍼에 싫증난 소비자들이 차별화를 위해 고가 패딩을 찾게 되면서 ‘헉’ 소리나는 가격에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
무더위가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가을 물량을 줄이는 대신 겨울 물량을 그만큼 늘린 것도 한여름 패딩 열풍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코트와 다운재킷의 판매 비중은 2011년 6대4 정도였지만 지난해 겨울엔 4대6으로, 처음 다운재킷이 코트 판매 비중을 넘어섰다. 유명인들이 입고 등장한 것도 고가 패딩 인기몰이를 주도했다. 몽클레르는 지난해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딸이 입으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아웃도어 한 관계자는 “명품선호 현상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지만 여름에 겨울 패딩이 완판되는 것은 기현상이 분명하다”며 “품절이니 무조건 사 놓고 보겠다는 왜곡된 소비문화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운재킷에 한 해 장사의 명운이 달려 있는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겨울의류 재고 물량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