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지진에 투자할 수 있나요? 126조 시장 보험연계증권

보험연구원, 보험연계증권 현황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
자연재해에 따라 성과 나오는 대재해채권 발행 증가세
국내 도입 검토하다 진전 없어, 투자자 “적극 도입해야”
  • 등록 2023-05-20 오후 6:00:53

    수정 2023-05-20 오후 6:00:53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스피지수나 특정 종목 등을 기초자산으로 운영하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보험을 기준으로 한 투자상품이 나올 수 있을까. 해외에서 많이 출시되고 있는 보험연계증권(ILS)을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연구원은 지난 19일 본원 컨퍼런스룸에서 ‘ILS 현황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선진국에서 ILS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서도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관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ILS란 보험 사건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파생상품으로 잘 알려진 ELS를 예로 들면 코스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정한 경우 코스피지수의 등락에 따라 해당 상품의 손익이 결정된다.

보험을 대상으로 한 ILS 보험 사건의 발생 빈도 등에 의해 원금이나 이자가 바뀌게 된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조영현 보험연 연구위원은 “넓게 보면 보험과 관계된 위험을 자본시장에 전가하는 모든 수단, 채권·파생상품·재보험계약·신종자본증권 등도 들어갈 수 있다”며 “(범위를 좁히면) 손해연계보험으로 캣본드(Cat Bond)라고 하는 대재해채권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재해채권이란 보험사가 인수한 거대 재해, 태풍이나 지진 등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자본시장에 전가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채권 만기 전까지 특정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조 연구원은 “재보험은 보험시장에서 위험을 분산하는 목적이 있다면 대재해채권은 (위험을) 자본시장에 이전하는 것”이라며 “재보험료가 기대손실보다 너무 높거나 피해 심도가 높아 재보험사의 지급불능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될 땐 재보험 계약이 어려울 수 있는데 대재해채권 발행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대재해채권은 주식·채권의 위험 요인과 상관관계가 제로(0)에 가까워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크고 위험대비 수익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보험연구원)
전세계 ILS 발행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950억달러(약 126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금융당국이 2014년 ‘보험 혁신·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때 대재해채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 진전된 사항은 없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원보험사의 위험 인식이 낮고 위험 전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으며 위험전가 비용의 적절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 재해의 위험이 높아지고 고령화가 가팔라지면서 생길 수 있는 부양비 부담이나 인구 문제 등으로 보험 시장의 위험을 전가할 수단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의 ILS 투자 수요고 증가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토론에 참석한 민홍기 베스투코리아 대표는 “(ILS는) 100% 담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파산의 위험은 거의 없고 또 하나의 안전한 재보험시장이 될 수 있다”며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볼 때 ILS는 매력 있는 상품이 될 수 있으며 ILS를 제도화해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오영수 고문은 “최근 캣본드는 자연재해 뿐 아니라 사이버 보험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며 “(ILS를 도입해도) 당장 효과를 생각하기보다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고 한국이 보험에 대해 혁신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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