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부딪혀 보는게 중요”[2024 W페스타]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인터뷰
욕심 많아 '착한놀부'…존재감 드러내는 것 중요
하고 싶은 일 외에도 해야할 일 사랑할 수 있어야
  • 등록 2024-09-27 오전 5:46:00

    수정 2024-09-27 오전 5:46:00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나에게 잘 맞는 일을 해야 하는데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은 무엇이 맞는지 알 수가 없죠.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부딪혀봐야 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전 CNN 서울지국장)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전 CNN 서울지국장)는 내달 2일 열리는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신 기자로 재직한 뒤 CNN 서울지국장, 서울 G20 준비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해외홍보비서관, 아리랑 국제방송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언제나 새로운 일을 찾아 도전하는 손 대사는 지금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아리랑TV 호스트, 월드뱅크 및 민간업체 두 곳의 자문 등 공식적으로 6개의 타이틀을 가지고 대외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착한 놀부’라고 표현했다.

손 대사는 “일 욕심이 많은데 좋은 일들로 널리 알려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내 또래의 여성이 여전히 건재하게 사회활동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눈에 띄는 일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른 젊은 여성들도 ‘나도 저 나이에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사는 6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놀부라고 한 이유가 하고 싶은 게 아직도 많아서다”라며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데 최근 5년 동안에는 클라이밍에 빠져서 손가락이 골절돼도 붕대를 감고 클라이밍을 했다. 의사가 클라이밍을 중단하라고 말할까봐 병원도 가지 않았다”며 웃었다.

사회에서 수십년간 왕성하게 활동을 하면서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세 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살아온 그는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들에 대한 연민이 있다고 했다. 손 대사는 “돌아보면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며 “내가 일을 잘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또 왜 안좋아 하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모든 일을 잘했는 지는 모르지만 매 순간 열심히 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며 “나의 갈 길에 대해서는 추진력을 내면서 욕심을 냈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나다움’은 내가 사랑하는 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사는 “삶을 돌아보면 반드시 모든 일이 내가 하고자 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미치는 영향, 내가 있음으로써 이 조직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 조직에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게 나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부연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 올 때마다 피하지 않고 맞섰던 것도 그 자신만의 비법이었다.

손 대사는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했다. 어렵고 힘든 것 같아도 그걸 피할 수는 없다. 피하면 피할수록 일이 더욱 악화한다는 걸 터득했다”며 “조금 더 배려하고 미루지 말고 갈등을 빨리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전 CNN 서울지국장)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그는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 중이다. 스스로 욕심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해놓은 일을 잘 정리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손 대사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는 주어진 기회를 모두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하고 싶다고 문을 여는 것보다는 닫는 방향으로, 잘 정리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아직 풀어놓은 것들이 많은데 나를 더 넓힐 시점은 아닌 것 같다. 잘 정리하는 방향을 잡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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