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장악력을 높이면서 기존에 시장을 점유해온 완성차 업체들의 자리도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유럽 내 내연기관차 수요 부진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수익성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독일의 폭스바겐은 자국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할 정도다. 무엇보다 한국도 상용차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입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부터 중국 업체들의 본격 진출이 예상되면서 국산 완성차 업체와 중국산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 지난 5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오토쇼에서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가 전시돼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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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승용차신식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내에서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신에너지차 누계 판매대수는 601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 뛰었다. 판매량 증가는 정부 지원과 가격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성장한 비야디(BYD)가 중국 내 입지를 높이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체 판매량 중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3.4%로 1년 전보다 11.4%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자국 내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완성차 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폭스바겐그룹과 현지업체 상하이자동차(SAIC)가 설립한 합작사는 중국 난징 소재 공장 한 곳의 운영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차량과의 경쟁에서 밀린데다 내연기관차 과잉생산으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내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내연기관차 판매 부진까지 겪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 완성차 업체의 공세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뻗어나가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도 장악력을 높이는 중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계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EV·PHEV) 판매량은 41만9946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 판매량(31만3526대)보다 33.9% 증가한 수치다.
이에 각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을 세워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올린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조만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율 관세를 적용할지 여부를 투표할 계획이다. .
| 지난 4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 자동차 전시회 ‘오토 차이나 2024’에 BYD 로고가 전시돼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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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순수전기차 수입액 중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8억4800만달러(약 1조1350억원)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국가 중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 규모가 가장 컸다.
버스, 트럭 등 중국산 상용차가 국내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데 더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산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승용차 부문에서도 중국산 수입이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전기승용차를 내놓을 예정으로, 중국산 전기차 공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산 브랜드 부상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수익성 하락, 무역 장벽 강화 등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며 “한국 역시 중국산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해결 과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