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패딩의 진실…“셔틀콕 깃털 뽑아 충전재로 사용”

중국서 팔린 ‘초저가 다운재킷’
알고 보니 셔틀콕 깃털로 만들어
전자상거래 플랫폼서 유통했다
  • 등록 2024-12-20 오전 8:39:00

    수정 2024-12-20 오전 9:31:06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중국에서 배트민턴 셔틀콕에 달린 깃털을 활용해 만든 ‘가짜 다운재킷’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중국에서 다운재킷 충전재로 재활용되고 있는 셔틀콕. (사진=대허바오 캡처)
최근 중국 현지 매체 대허바오는 다운재킷 업체들이 충전재용 중고 셔틀콕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현장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셔틀콕에서 깃털 부분만을 분리한 뒤 분쇄해 얇은 실처럼 만든 비사(飛絲)를 충전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논란은 중국중앙TV(CCTV)가 지난달 말 초저가 다운재킷의 충전재에 비사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촉발됐다. 중국 현지 매체들이 비사의 출처를 찾기 위한 심층 취재에 나서면서 업계의 비밀이던 셔틀콕이 드러난 것.

오리와 거위 깃털 가격이 최근 매년 1.5배 이상 오르자 셔틀콕의 깃털을 그 대안으로 삼은 것이었다.

전국의 배드민턴 경기장 청소 담당자 등 관련 업계 종사자나 배드민턴 애호가들도 중고 셔틀콕을 모아 이들 업자에게 판매해 현금화하고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셔틀콕의 깃털을 분쇄해 만든 섬유는 가늘고 질기다”면서 “패딩 충전재나 베갯속 등으로 활용할 때 복원력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셔틀콕 깃털로 만든 비사. (사진=대허바오 캡처)
또 한 업자는 “셔틀콕 재활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으며, 이것은 오히려 양심적인 편에 가깝다”고 고백놨다. 이어 “닭털이나 돼지털도 분쇄해 사용하는 것을 본 적 있다”면서 “추가적인 표백 과정까지 거친다”고 덧붙였다.

가짜 다운재킷은 오리털·거위털로 된 충전재를 채운 것처럼 위장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언뜻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보온성과 가벼움 등의 지표에서 진짜 다운재킷과는 큰 차이를 보이며,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등이 섬유에 붙어있다가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온라인에서 초저가로 유통되는 아동용 다운재킷을 구입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장시성 주장시의 한 의류단지 내 아동복 업체는 ‘오리털 패딩’이라고 소개해놓고 가짜 오리털 패딩을 판매했다. 해당 업체는 오리털이 아닌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스러기 털을 사용했던 것. 이는 쓰레기를 충전재로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달 중국 직구 플랫폼인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판매 중인 아동용·유아용 동절기 섬유제품 26개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한 결과 7개 제품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무에서 판매한 아동용 패딩 1종에서는 국내 기준치의 622배를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는데, 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접촉 시 눈․피부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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