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은행 시스템 불안 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회복, 분기말 수출업체 네고물량(달러 매도)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전망이다. 환율은 1300원을 하회, 1290원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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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296.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7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01.5원) 대비 2.75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고, 당국이 추가로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되살아났다. 이에 외면받았던 원화에 대한 투심도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전날 성명을 내고 “퍼스트시티즌스가 165억달러(약 21조4000억원)에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국이 유동성을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새 유동성 지원 기구인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한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도 시스템 안정에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11.81% 뛰었다. 최근 위기설이 만연했던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독일 증시에서 6.15% 반등했다.
이같은 위험자산 선호회복 분위기에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27일(현지시간) 오후 7시께 102.84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3 초반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떨어진 수준이다.
수급적으로 분기말을 맞이한 수출, 중공업체의 네고물량도 환율 상단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 상방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남아 있어 실수요 매도는 제한적이겠지만, 분기말 수급이라는 상징성과 시기적 특수성은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다만 수입업체 결제수요(달러 매수)를 비롯한 실수요는 환율 하단을 지지할 전망이다. 1320원 고점 확인 후 상승 모멘텀이 약화됐지만, ‘빠지면 사자’라는 인식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전날 장 초반 수급 공백 속 환율 상승을 이끈 역내외 롱플레이(달러 매수)도 이같은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