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해저케이블 생산 작업이 한창인 LS전선 동해사업장을 찾았다. LS전선은 올해 5월 준공한 VCV타워를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2009년 동해에 첫 공장인 해저 1동을 준공하며 해저케이블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 LS전선은 올해 국내 유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VCV타워(해저 4동)를 준공하며 연면적 약 27만㎡(8만1000평) 규모의 해저 1~4동 사업장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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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LS전선에 해저 4동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 건물과 기존 해저 1~3동과의 차이는 ‘수평’이 아닌 ‘수직’ 생산 구조를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해저케이블은 지름 30cm 내외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km까지 끊김 없이 연속 생산하는 것이 핵심 기술력이다. 수평 생산 시 무거운 케이블이 아래로 처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문제가 생긴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김 팀장은 “케이블이 굵고 무거워지면서 수평 생산하던 기존 공정에서 고부가가치인 수직 공정으로 진화했다”며 “VCV타워는 케이블 원재료를 중력 방향으로 고르게 성형해 완성품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 건물에 작업자는 단 한 명뿐이다. 공정 자율화를 통해 폐쇄회로(CC)TV로 작업 전 과정을 관리 감독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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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동해사업장은 롤러코스터 레일처럼 생긴 갱웨이(케이블 전용 운반로)로 전체가 연결돼 있다. 해저케이블은 500톤(t)에서 최대 1만t에 달할 정도로 무거워 장비로 들어서 옮길 수 없다. 실제 완성된 케이블을 발로 툭 건드려 보니 사람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갱웨이를 통해 해저에 포설할 선박(포설선)에 바로 실어야 한다. 완제품을 선박까지 무사히 잘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노하우인 셈이다.
이날 해저케이블이 동해항에 정박한 LS마린솔루션의 포설선 ‘GL203’에 실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선적되는 케이블은 무게 700t, 지름 22.6cm로 비금도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물량이다. 선적부터 운반, 포설까지 약 2주가 걸린다고 한다. 케이블은 분당 약 8m씩 이동해 선박에 차곡차곡 쌓였다. 바닷속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란 칠을 한 케이블에는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바닷물이 뿌려졌다. 포설선에 놓인 거대한 턴테이블은 LP판 대신 해저케이블을 천천히 돌려 감아내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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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의 자신감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글로벌 장거리 송전 케이블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프리즈미안과 프랑스 넥상스, 덴마크에 본사를 둔 NKT, LS전선 등 4개 업체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LS전선의 기술력 확보 노력은 수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LS전선은 2019년 6774억원에서 올 상반기 기준 5조4711억원으로 수주 잔고를 크게 늘렸다.
신규 시장 발굴에도 나선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현재 미국과 유럽, 베트남, 중동 등에 대한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새로운 공장 건설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야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투자 결정을 앞둔 상태다. LS전선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앞으로 5년 뒤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아시아의 경우 2024년 매출 7억달러 이상을, LS마린솔루션은 2030년 현재의 6배인 매출 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해저케이블 시장이 급격히 커진 만큼 부족한 인력 수급은 숙제다. 김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해상풍력 발전 수요가 준비할 시간도 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력 확보가 무척 어렵고 기존 인력을 지키기도 어렵다”며 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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