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가 위기…독일식 의원내각제 고민해야”[만났습니다①]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인터뷰
"1987년 헌법, 여소야대에서는 대통령 제도적으로 무력해져"
"국민에게 신임받은 정당이 국정운영…독일식이 가장 고도화돼"
"조기대선시 개헌투표 같이 해야…이원집정부제는 부적절"
"보수 공고히 해야 중도층 선택 받아…권영...
  • 등록 2025-01-03 오전 7:30:00

    수정 2025-01-03 오전 7:34:29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금은 국가적 위기이자 혼란의 시기다. 평온할 때는 탄력을 받기 어려운 개헌을 할 수 있다.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황우여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5선 의원 출신인 황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보수 원로 정치인이다. 지난해 5월에는 22대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황 전 위원장은 1987년 이후 38년간 변하지 않은 헌법에 대해 “너무 낡았을 뿐 아니라 우리 몸에도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국정에 반영하기 어려운 헌법”이라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독일식 의원내각제로 바꾸자고 제안한 그는 “독일식은 (다른 나라 의원내각제와 달리) 후임 총리를 내정하지 않고는 내각 불신임을 할 수 없다”며 “국회 해산과 맞물려서 내각(정부)과 국회도 안정이 되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황 전 위원장은 만약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보수 책임론’으로 인해 보수정당이 필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든 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보수에서 좋은 인물이 나와 과거를 반성하고 좋은 정책을 들고 온다면 국민은 미래를 위해 백지에서 생각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

-왜 개헌이 필요하나.


△1987년 체제를 돌이켜보면 군사정부가 민정으로 이양된 시기로 대통령에 대한 제한을 가하는 게 중요했다. 사실상 권력은 다 국회에 보냈다. 여소야대가 되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대통령은 제도적으로는 아주 무력해진다. 대통령이 국회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치가 재의요구권(거부권) 정도다. 긴급명령이나 비상조치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통일같이 중대한 결정을 지금 구도에서는 절대 할 수가 없다. 방산산업 하나 일으키는 것도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 권력구조를 바꿔야 할까.

△국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러려면 국회가 고도의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양극화 및 이념 대립이 첨예화 돼 어렵다. 이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권당이 정치·행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에게 신임을 받은 정당이 수상을 배출해 정치를 하도록 하는거다. 만약 여의치 않을 때는 국회 해산과 정부 불신임으로 서로 경계하도록 하는 게 의원내각제의 기본적인 요소다.

-의원내각제는 내각불신임 및 의회해산으로 더 불안하지 않나.

△독일식으로 의회가 후임 총리를 내정해 놓지 않고는 내각불신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국회 해산도 같이 맞물리기에 안정이 가능하다. 의원내각제가 발전하면서 독일형 의원내각제가 하나의 귀결점으로 도달된 상태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원이 총리·장관 등 행정부 수장을 맡는다. 일부는 국회의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한다.

△거꾸로 생각해야 된다. 지금은 3선 의원을 해야 원내대표 정도 하지 국정 운영을 할 일이 드물다. 반면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의원들의 수준이 높다. 의원들이 국정운영에 앞장서게 되면 의원들의 수준 자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하는 이들도 있다.(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분산)

△융복합 시대에는 경계를 나누는 게 어렵다. 예를 들어 외교-경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국방도 국방산업을 보면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또 과학기술은 전 분야에 연결돼 있다. 융복합 시대에는 이원집정부제가 순탄하게 되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또 대통령과 총리가 당이 다르거나 대립할 때는 국정이 모두 마비가 된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한번 바꿔보자는 의미겠으나 오히려 8년짜리 대통령제를 보장해주는 것일 수 있고, 4년 만에 끝나면 더 혼란이 일어날 거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조기대선시 개헌투표도 같이 해야 하나.

△그렇다고 본다. 그간 모든 대통령이 다 개헌하겠다고 그러고 당선되고 나서는 하지 않는다. 만약 대선과 함께 개헌투표를 한다면 마지막 대통령 선거로 해야 한다.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는 없나.

△현 선거제도는 국민의 표심과 의석이 일치되지 않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체 득표수 차이는 5%에 불과하나 의석수는 민주당이 164석(지역구 선거 기준) 국민의힘은 90석으로 큰 차이가 났다. 서울이나 광역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다수 의원을 선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상원과 하원이 있다면 상원이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 과정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계엄·탄핵 후 보수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단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한창 법적 투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하기는 어렵다. 야당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여당은 ‘곧 사법 판단이 곧 내려지니까 지금 기다리고 있다’ 정도의 입장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대통령이 탄핵이 된다면 과거와 완전히 절연을 하고 새로운 정권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5월 황우여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국민의힘이 중도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중도로 이동하면 분열한다. 중도라는 게 무엇인가. 진보-보수 모두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다. 우리가 보수의 가치를 튼튼히 하고 확장해야 중도의 선택받을 수 있다. 보수가 변질 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치를 공고하게 하고 더 생산적·능률적으로 변하면 중도가 우리의 손을 잡아줄 것이다. 중도층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잡히려고 해야 한다.

-권영세 비대위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당을 정비해야 한다. 당의 이념과 보수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정립해야 한다. 당의 브레인이 되는 여의도연구원을 개혁하고 또 당원도 늘려야 한다. 또 당원 교육도 강화해 보수의 이념을 확장해야 한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친윤’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권 위원장이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이인 것은 맞다. 하지만 권 위원장이 대통령을 맹종하는 분은 절대 아니다. 통일부 장관을 할 때도 봤겠지만 자기 소신이 뚜렷했다. 야당하고도 소통할 수 있는 분이고 지역구가 수도권(용산)이라 생각도 유연하다. 잘 할 것으로 본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947년 인천 출생 △서울대 법과대학 학·석·박사 △사법연수원 10기 △대법원 재판연구관 △제주지법 수석부장판사 △15~19대 국회의원(5선) △한나라당 원내대표 △새누리당 대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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