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HLB(028300)의 간암치료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에 또 한발 다가갔다. 리보세라닙에 이어 리보세라닙의 병용투약 약물인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를 통과하면서다. 주요 관문으로 여겨졌던 캄렐리주맙의 실사가 큰 문제없이 종료되면서 HLB가 16년간 공들인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간암 1차치료제 승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 측으로부터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밖에도 지금까지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허가와 관련해 중간리뷰 미팅 등에서 서류상 특별한 지적사항이 없었으므로 내부에서는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약 15일간 FDA의 CMC 실사가 진행되고 실사 완료 후 이르면 3개월 뒤 회사가 시설검사보고서(EIR)를 통보받는데, EIR은 크게 NAI(no action indicated), VAI(voluntary action indicated), OAI(official action indicated)의 세 가지로 답변을 주게 된다. NAI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면, VAI는 불합리한 조건이 발견됐지만 수정은 자발적으로 시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두 가지 답변 중 하나를 받았다면 추후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기준 위반의 범위가 심각하거나 규정 위반으로 데이터의 상호 호환성이나 신뢰성 손상 가능성이 있어 공식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인 OAI를 받으면 CMC에서 부적격 등급을 받은 것으로 다시 FDA의 실사를 받아야 한다. 회사측은 항서제약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언급해온 것을 감안할 때 VAI 수준의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예상한다.
리보세라닙에 이어 캄렐리주맙까지 CMC 무리없이 ‘완료’
리보세라닙은 항서제약이 개발한 캄렐리주맙과 병용투여 요법으로 FDA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혈관내세포성장인자수용체 2(VEGFR-2)를 타깃으로 하는 TKI 계열 경구용 표적항암제로 ‘합성의약품’이다. 반면 캄렐리주맙은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PD-1 단백질을 억제하는 주사형 면역항암제로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된다. HLB의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와 중국 제약사 항서제약은 지난해 5월16일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NDA)을, 같은 달 31일 캄렐리주맙의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BLA)을 FDA에 각각 제출했다.
이번에 캄렐리주맙의 CMC 결과가 순조로웠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식적으로 FDA 허가까지 남은 일정은 오는 3월 예정된 FDA의 ‘파이널 리뷰’가 마지막이다. 파이널 리뷰가 열린 뒤에는 오는 5월16일 이전까지 간암 1차치료제와 관련해 FDA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 지난해 5월16일 엘레바가 FDA에 NDA 신청했는데,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의거해 신약허가 신청 후 1년 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이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고 임상 환자 중 아시아계 비중이 큰 것이 파이널리뷰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제까지 이와 관련한 FDA측의 큰 지적사항이 없다는 점을 들어 회사측은 순조로운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상반응 중 절반이 고혈압이었고 나머지 사례도 수족증후군이나 간 수치 상승 등 약물 치료로 관리할 수 있는 경우였다”며 “임상 환자의 인종 구성의 경우, 서양인(코카서스인)의 비중을 늘리라는 제안을 앞서 FDA측으로부터 받아 임상 승인 후 이들을 추가모집하고 FDA와도 지속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간암이 난치성 질환임을 감안해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FDA측이 다소 전향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항암제자문위원회(ODAC) 개최도 아직까지 관련 요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 ODAC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FDA는 품목허가를 심사 중인 약물이 신기술이어서 우려사항이 있거나 약효와 안전성이 주는 이점이 확실치 않다고 여길 때 파이널 리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자문위원회를 연다. FDA가 심사에서 ODAC의 조언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실제로 자문위의 권고사항이 최종 신약허가 과정에서 뒤집힌 경우는 이제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허가시 2027년엔 매출 연 2兆”
연 2조4000억원의 매출은 2027년 약 460조원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점유율 0.5%를 차지했을 때의 금액이다. 여기에 리보세라닙의 약가가 로슈의 티센트릭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매출원가는 매출액의 최대 2%를 차지한다고 감안해 계산한 수치다. 마케팅 비용까지 뺀 영업이익률은 최소 8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시판 중인 캄렐리주맙의 경우, 중국 내 약가가 미국에서 시판된 다른 면역항암제 약가의 20분의 1에 불과함에도 매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진 회장은 IR에서 “FDA 허가를 받게 되면 중국 항서제약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되는데 그러면 매출원가는 중국 수준, 판매가는 미국 수준일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간암은 세계에서 매년 100만명의 환자가 생겨나고 83만명이 사망하는 난치성 암종이다. 오는 2030년에는 전체 시장 규모가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은 2020년 FDA 허가를 받은 로슈의 티센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HLB측은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티센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대비 범용성이 높아 계열내 최고(Best-in-class) 약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非)바이러스성 요인의 간암 환자에게서 약효를 입증하지 못한 아바스틴+티센트릭 병용요법과 달리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발병원인에 무관하게 모두 뚜렷한 치료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바스틴+티센트릭 병용요법이 간 기능이 다소 저하된 환자(ALBI 1등급)에서만 효과를 보인 것에 반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은 간 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ALBI 1등급 및 2등급)에서 모두 동일한 약효를 입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중국에서 간암 1차 치료제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큰 폭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 지침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간한 2024년 ‘원발성 간암의 진단 및 치료기준’으로, 미국의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중국 건강의료보험에도 포함된 상태다.
한편, HLB는 빠른 상업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항서제약으로부터 캄렐리주맙 간암부문의 글로벌 판권(한국 및 중국 판권 제외)을 인수하기도 했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마케팅과 판매 등 상업과 전과정을 총괄 진행할 방침이다. HLB는 현재 미국 39개주에서 의약품 판매 준비를 마쳤다. 정세호 엘레바 대표는 “병용약물이 서로 다른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은 마케팅에 있어 약점이 될 수 있어 글로벌 판권 인수를 결정했다”며 “FDA 허가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