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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정례 장관급 회의가 끝난 이후 독자적으로 하루 100만배럴 원유 생산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50만 배럴 자발적 감산에 들어간 이후 추가적으로 대폭의 감산에 나선 셈이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7월부터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00만배럴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OPEC+내 이견이 나온 상황에서 사우디가 점유율을 잃으면서도 유가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실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야심작 ‘네옴시티’(Neom City) 조성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1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가가 충분히 반등하지 못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줄어들고, 전체 수익이 줄면서 오히려 기대한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러시아가 변수다. 러시아는 생산할당량을 속이면서 값싼 원유를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투자중단으로 아직 충분한 생산량이 나오지 않고 있는 나이지리아, 이란 등 소규모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특히나 현재 유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지 않을 경우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유가가 급격하게 다시 오를 확률은 제한적이다. 컨설팅회사인 에너지에스펙트의 리차드 브론즈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원유시장은 OPEC+와 사우디의 영향력이 상당히 축소됐다”면서 “현재는 대부분 거시경제전망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좌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