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SRE][감수평]신용평가 4.0

  • 등록 2023-11-17 오전 8:49:22

    수정 2023-11-17 오전 8:49:22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년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은 회사채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게 진행됐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사태로 인해 급속히 얼어붙었던 회사채시장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안정화조치 실행으로 인해 연초 이후 정상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금리와 신용스프레드는 이전의 상황으로 회복됐고,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회사채시장에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또 커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대조적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재차 상승함에 따라 고금리 기조가 시장의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2년간 이어진 금리상승으로 인해 기업 체력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앞으로도 장기간 이어질 경우 대규모 신용사건이 발생할 위험성은 유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조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34회 SRE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용등급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가 사상 최초로 4점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어려운 상황 속에도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다. 회사채시장의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이루어 낸 성과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신용평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으로 등급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긍정적인 모습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모멘텀을 유지해 주기를 당부한다. 신용평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평가를 냉엄하게 제시해 준 200여 명의 SRE참가자들(크레딧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브로커 등)은 신용평가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한편으로는 감시자의 역할을, 다른 한편으로는 조력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줬다.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SRE설문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온 분들의 숨은 노력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신용평가사와 시장이 소통할 수 있도록 SRE라는 플랫폼을 마련해준 이데일리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긍정적인 기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2022년 3월 시작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8월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연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회사채시장의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의 체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등급상향보다는 등급하향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질 것이다. 어둠이 내려 길이 뚜렷하지 않을 때 신용평가사들은 등불을 밝히는 페이스메이커가 돼야 한다. 4.0까지 업그레이드된 신용평가 신뢰도가 다음번에는 4.1로 또 한 번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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