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와 성씨 등은 9월 12일 오후 10시쯤 여행사의 인솔 가이드 이모씨 안내를 받으며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패키지 여행 상품이라 두 사람을 포함해 모두 19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호텔 앞 버스에서 내린 뒤 뒤늦게 생수를 사기 위해 나머지 일행에서 떨어졌다. 가이드로부터 “파리에는 소매치기, 강도 등이 많으니 조심하고 일행과 떨어지지 말라”는 주의를 여러 차례 듣긴 했지만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그런데 정씨와 성씨는 서둘러 일행을 쫓아 호텔에 가기 위해 호텔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 강도를 만나 가방까지 빼앗겼다. 전에는 이런 강도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합류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일행들만 인솔해 떠나는 바람에 강도를 당했다”며 빼앗긴 물품비와 치료비, 위자료 등을 합해 각각 887만원, 539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여행사를 상대로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와 성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는 두 사람이 해당 여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여러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상품의 특성상 인솔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어 “가이드 이씨는 원고를 포함해 19명을 인솔하고 있어 원고들도 다른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했는데 미리 생수를 사지 않고 뒤늦게 생수를 사기 위해 버스로 가는 바람에 일행과 떨어지게 됐다”며 “이씨로서는 호텔 안으로 들어온 이상 특별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먼저 내린 일행들을 안내해야 하므로 그들과 함께 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이드 이씨가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로 원고들이 피해를 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