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이프로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개발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3’ 임상 3상 시험약 생산과 관련해 퍼퓨전(관류식 연속배양) 방식의 서브배치를 독립배치로 인정받았다.
퍼퓨전 방식은 배양기 내 세포를 키울 때 배양액을 지속적으로 흘려 보내면서 세포주를 키워내는 생산 형태다. 퍼퓨전 방식은 현재 대다수 CMO 기업들이 사용 중인 패드배치(Fed-Batch, 유가식 단회배양) 방식과 구분된다. 패드배치는 세포를 배양하는 물질인 배지와 세포주를 대형 배양기에 함께 넣어 배양시키는 방법이다.
퍼퓨전 방식은 배양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면서 세포주를 키워내기 때문에 생산 중간에 계속 배양 산물이 나온다. 이를 정제하면 하나의 치료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1개의 배치 안에서도 여래 개의 ‘서브배치’로 구분이 가능하다. 에이프로젠은 AP063을 배양할 때 1개의 배치를 총 6개의 서브배치로 나눠서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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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에이프로젠 퍼퓨전 방식의 경우 서브배치가 독립배치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단 1개의 배양·정제 배치만 가동해도 FDA와 EMA가 요구하는 3개의 독립배치 데이터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 페드배치 방식 대비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인 셈이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이번 퍼퓨전 서브배치의 독립배치 인정으로 임상약 생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다른 종류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시험약을 생산 때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cGMP 인증에도 도움 전망
또 이번 퍼퓨전 방식의 품질 동등성 및 일관성 인정으로, 향후 미국 등 진출을 위해 필요한 공장 시설 기준 확보에도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기준으로 꼽히는 미국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cGMP) 인증 획득이 필수적이다.
에이프로젠은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cGMP 인증 시설을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인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시장 일부에서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번 독립배치 인정을 바탕으로 cGMP 인증까지 확보한다면 우려의 시선도 날려버릴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이번 FDA의 인정은 향후 바이오시밀러 제품 품목허가 및 생산에 필요한 cGMP 인증을 받을 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에이프로젠은 이번 독립배치 인정 결과를 CDMO 사업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에이프로젠의 자회사인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00ℓ 규모 바이오시밀러 생산설비 4기를 보유 중인데 올해초부터 이를 활용한 CDMO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시험용 의약품 생산까지 위탁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페드배치 방식보다 임상 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비용이 저렴한 만큼 에이프로젠의 퍼퓨전 방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CDMO 관련 사업 측면에서도 다른 바이오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큰 규모의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