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도시의 활력과 번영을 상징하던 화려한 오피스 빌딩은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에 스며 들었다. 도심의 오피스 빌딩은 정체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산업 지형도 변화는 빈 둥지에 뜻밖의 기회를 제시한다.
얼마전 원티드 HR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통계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IT 중심에서 제조업 기반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우주, 항공, 로봇, 2차 전지 등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들이 투자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얼마전 한 유망 스타트업이 도심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가 아닌, 공장 현장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단순한 장소 선정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IT 서비스에서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네카라쿠배’ 시대를 지나 우주항공, 로봇, 배터리 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가 목전이다.
이 시기에 하버드 졸업생들의 선택은 시사적이다. 이들은 배관, 냉난방 등 전통 산업 분야의 기업을 인수한 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탈바꿈시킨다. 이러한 ‘전통의 현대화’ 흐름은 필연적으로 차별화된 업무 공간을 요구한다.
현장 작업 공간과 디지털 업무 공간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공간, 이른바 ‘디지털 장인의 작업장’이 태동하고 있다. 이는 도심 오피스의 혁신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빈 오피스 공간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기회다. 공장에서 열린 주주총회가 보여주듯, 도심 오피스는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도심의 우수한 접근성은 전통 산업의 현대화 과정에서 핵심 경쟁력이다. 고객 접점 확보와 인재 영입,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 도심 입지는 여전히 독보적 장점을 지닌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함께 찾아온 부의 대이동은, 역설적으로 도심 오피스 시장의 전환점이다. 전통 산업의 혁신과 제조업 스타트업의 부상이라는 두 개의 날개로, 빈 둥지였던 도심 오피스가 활기찬 삶의 터전으로 거듭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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