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8년 만에 사내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장 회장은 고 장상태 명예회장 장남으로 창업 3세다. 지난 2001년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그는 2015년 5월 비자금 약 88억원을 해외 도박 자금과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쓰는 등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같은 해 6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하던 중에는 비등기 이사로 남아 회장직만 유지했다.
장 회장은 2018년 4월 가석방됐지만 출소 후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8월 특별사면 후 취업 제한 규정이 풀리면서 그동안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물밑 조력자 역할을 하던 그는 이번 주총에서 일선으로 복귀를 공식화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다만 대표이사 복귀 대신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데 보조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도 계열 분리나 분가(分家)는 없으며 두 형제가 회사를 함께 이끌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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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은 철강 시황 악화로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했던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과 달리 약 955억원의 영업이익을 유지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9000억원, 영업이익 111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철강 시황이 점차 회복돼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 회장의 복귀 시점으로 적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국제강은 경영진의 신속한 사업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기 위해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켜 창사 69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거듭났다. 동국제강은 존속회사인 지주사 동국홀딩스, 사업회사인 동국제강(열연 사업), 동국씨엠(냉연 사업)으로 인적분할됐다.
10여 년 전 재무건전성 악화로 열연 사업과 냉연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해야 했던 동국제강은 그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펼쳤다. 동시에 포항 2후판공장, 중국 법인(DKSC) 지분, 브라질 CSP 제철소 지분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을 꾸준히 정리하며 재무 구조도 개선해 왔다. 이후 재무 건전성 확보로 기초체력이 충분히 회복됐다고 판단한 동국제강은 다시 과거와 같이 열연과 냉연 사업부를 분리해 철강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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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회장은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신성장동력 발굴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중국의 막대한 힘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국내 철강업계가 힘을 잘 쓰지 못하고 있다”며 “소부장 등 철강 관련 특수 소재 사업과 전기차에 들어가는 특수철강을 연구하고 있고 전기차 산업이 꽃을 피 때 동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들을 마지막으로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회사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한다. 동국제강은 최삼영 부사장이, 동국씨엠은 박상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대표이사를 맡았다. 신설 동국제강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철근·형강과 조선사에 납품하는 후판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동국씨엠은 회사의 주력 상품이던 컬러강판을 맡게 된다. 동국씨엠은 컬러강판 전문 회사로 출범해 오는 2030년까지 멕시코와 인도 등 기존 해외 공장을 미주와 유럽 등 7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지주회사와 신설 사업회사는 각각 6월 16일 변경 상장 및 재상장한다. 기존 주주들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지분 비율에 따라 주식을 분할 배분받는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