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을 기필코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특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운수권과 슬롯 등)을 포기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규제 당국을 설득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조 회장은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에 참석해 진행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여기에 100% 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합병을 꼭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ATW 시상식에서 ‘2023년 올해의 항공업계 리더십(Excellence in Leadership)‘ 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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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그렇긴 하지만 양사의 합병이 여전히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논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미국, EU, 일본 등 각국이 요구하는 것이 혹시 다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경쟁 당국들은 더 많은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좋은 해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즉각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한항공은 현재 EU, 미국, 일본의 승인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막판 난기류를 만났다. EU와 미국이 양사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면서다. 이들은 합병으로 일부 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해 자국 항공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EU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보고서를 통해 “두 항공사의 병합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노선과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반납하는 것이 꼽힌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영국 경쟁당국(CMA)이 양사의 합병을 승인을 받기 위해 런던 히스로공항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것으로 경쟁 우려를 해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지연되며 아시아나항공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이 1671%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62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은 현재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의 7000억원과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인수 등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이 나면 유상증자를 통해 나머지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