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남편은 손해 보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연애할 때도 자기 몫은 꼭 챙겼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연애 당시 데이트 비용을 정확하게 낸 것은 물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분 단위로 시간을 따져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A씨는 이러한 남편과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이는 외식사업가인 시어머니 때문이었다. 시어머니는 “우리처럼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결혼할 때 혼전 계약서를 작성한다. 외국에서는 보편화됐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며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A씨는 “막상 이혼을 결심하고 보니까 혼전 계약서가 마음에 걸린다. 저는 계약서대로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조인섭 변호사는 ‘혼전 계약서’와 비슷한 개념으로 ‘부부재산약정’을 언급했다. 부부재산약정이란 민법 제829조에서 규정, 결혼 당사자가 결혼 중의 재산 소유·관리 방법 등에 대해 결혼 성립 전에 미리 약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재산분할은 이혼이 성립해야 발생하는 권리”라며 “A씨가 결혼 전 작성한 부부재산약정서에는 권리가 발생하기도 전인 혼인 전 재산분할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부재산약정서는 부당하고, 법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남편에게 위자료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A씨 남편은 외도로 이혼에 책임이 있는 것이 명백하므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