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SK지오센트릭, ARC 건설 속도

[르포]울산 SK이노베이션 CLX 내 ARC 공사 현장
年 폐플라스틱 32만톤 처리…“원료 90% 이상 확보”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플라스틱 대부분 재활용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 오는 2050년 600조원↑
  • 등록 2023-09-17 오후 2:24:00

    수정 2023-09-17 오후 7:23:00

[울산=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지오센트릭이 구축하는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는 그동안 원유에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벗어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굴뚝산업’의 대표 상징과도 같았던 화학기업이 쓰레기 문제 해결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창출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13일 찾은 울산 남구의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 콤플렉스(CLX)’ 내 공사 현장.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21만5000제곱미터(㎡) 크기의 부지에선 트럭 예닐곱대와 포크레인 세네대 등이 분주하게 땅을 고르고 있었다. 그동안 매립·소각되던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새로 거듭나게 할 재활용 단지를 짓기 위해서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가 지난 13일 울산 남구의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 콤플렉스(CLX)’ 내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공사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 年 32만톤 재활용…1조8000억원 투입

SK지오센트릭은 이날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인 울산 ARC 공사 현장을 공개했다. 오는 10월 착공식을 연 이후 본격적인 공사를 착수하기에 앞서 터를 다지는 작업을 한창 벌이는 모습이었다. SK지오센트릭은 해당 단지를 건설하는 데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 발표한 ‘울산 내 8조원 투자 계획’에도 포함된다.

울산 ARC가 가동되면 매년 500밀리리터(㎖) 생수병 약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톤(t)이 재활용된다. 이곳에 모인 폐플라스틱은 각각에 맞는 공정을 거친 뒤 23만t의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로 탄생해 산업 곳곳에 활용된다. SK지오센트릭은 원료로 사용될 폐플라스틱 물량을 90% 이상 국내에서 확보한 상태로 건설이 완료되면 단지를 즉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울산 ARC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미래 주요 먹거리로 꼽는 SK지오센트릭의 상징적인 설비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SK지오센트릭은 환경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미래 사업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선제 추진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강한 의지를 그동안 나타낸 바 있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기후 변화 문제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이 시급하다”며 “생태계 파괴를 줄이려면 모든 플라스틱은 100% 재생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이끄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만큼 우리도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라고 울산 ARC 의미를 설명했다.

열분해·후처리 기술에 사용할 원료와 열분해유 (사진=SK지오센트릭)
‘화학적 재활용’ 방식 채택…열분해유 활용 확대 나서

울산 ARC는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을 채택했다. 화학적 재활용은 투명 페트(PET) 등 일부 쓰레기만 처리할 수 있는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폐비닐 등 기존에 재활용하기 어려웠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데다 여러 번 반복해 재활용해도 물성을 유지할 수 있어 한 차원 높은 재활용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울산 ARC는 그중에서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불리는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세계 최초로 한곳에서 구현한다.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이에 대해 “각각 공정을 따로 짓는 것보다 하나의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유틸리티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공간과 공정에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활용을 확대하고자 차별화된 후처리 기술 독자 개발에 나섰다. 열분해유는 기존에 재활용할 수 없었던 비닐 등을 녹인 기름이나 현재까진 여러 부산물 탓에 품질이 다소 낮은 경유나 보일러 연료로만 쓰일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화학제품 원료를 활용하기 위해 황화합물·탄소 등 부산물을 빼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렇게 후처리한 열분해유 중 일부를 울산 CLX 나프타분해설비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대신해 쓰레기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다시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이른바 ‘순환경제’가 완성되는 셈이다. 폐플라스틱 1t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하면 소각할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2.7t가량 줄일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이 구축하는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개요도 (사진=SK지오센트릭)
다만, 이 같은 공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현행법으론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석유 정제 공정에 원료로 투입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SK지오센트릭의 열분해유 투입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하는 등 규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지오센트릭이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쓰도록 법제화했고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등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쓰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해서다. 이에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K지오센트릭이 구축하는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의 세부 계획 (사진=SK지오센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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