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엔비디아가 투자한 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리커전 파마슈티컬즈(Recursion, 리커전)이 영국 AI 신약개발기업 익센시아(Exscientia)를 흡수합병한다. 합병 후 리커전은 시가총액 기준 약 24억 40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AI 신약개발 기업 중 가장 몸집이 커질 예정이다.
리커전은 지난 8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공개와 함께 경쟁회사 익센시아(EXAI)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액은 6억8800만 달러(약 9400억원)로 현금지급 없이 전액 주식지급 형태로 이뤄진다. 익센시아 주주는 1주당 0.7729주의 리커전 주식을 지급받는다. 두 회사는 내년 초까지 합병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향후 18개월 내에 약 10건의 임상시험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커션은 희귀 질환, 정밀 종양학, 감염성 질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익센시아는 정밀 종양학에 특화되어 있다. 두 회사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연간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7월 약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리커전은 AI 모델을 통해 현미경으로 본 세포 이미지에서 유의미한 특징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세포 이미지 변화를 AI가 분석해 약물후보에 대한 세포 반응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 ‘H100’ 500개 이상이 활용된다. 리커전은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바이엘(BAYN)과 로슈(ROG) 등 대형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주가 추이 (데이터=네이버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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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인수 대상인 익센시아 또한 나스닥 상장사다. 이 회사는 2023년 9월 대형 제약사인 머크(MRK)와 AI 활용부문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에 따르면 익센시아는 연구 진행 결과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최대 6억7400만달러(선불금 2000만달러 제외) 받을 수 있다. 그 가운데 1억3000만달러는 후보 물질 발견 단계(Discovery phase)에 책정된다. 해당 계약은 그대로 리커전에게 이전될 예정이다.
또한 ‘CDK4/6 불응성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SERD와 병용하는 용량 증량 코호트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임상시험은 2024년 말 또는 2025년 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다른 종양 유형에 대한 초기 1/2상 데이터는 2024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리커전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CEO)인 크리스 깁슨 박사는 “이번 합병으로 연간 1억달러의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