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IA 전 국장 "지난해 대선 러-트럼프 캠프 유착 정황 인지"

의회 증언에서 밝혀…"러 FSB 국장에 경고하기도"
  • 등록 2017-05-24 오전 8:03:02

    수정 2017-05-24 오전 8:03:02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이 23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이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캠프의 유착 정황을 인지하고 러시아 측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미 정보기관 관계자가 이 사실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건 처음이어서 의혹은 더 커질 전망이다.

존 브레넌 전 CIA 국장은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러시아 관료와 트럼프 캠프와 관련 있는 미국인의 접촉을 인지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올 1월까지 CIA를 총괄해 온 인물이다. 그는 또 지난해 8월 러 연방보안국(FSB) 국장에게 전화해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다면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실제 이들이 유착해 대선 개입을 시도했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현직에 있는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즉답을 피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츠 국장과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함구해달라고 폭로했다. 코츠 국장은 이 의혹에 대답하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에 정보기관의 정치적 활동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만 전했다.

브레넌 전 국장 등의 증언으로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9일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돌연 해임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코미 국장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유착 의혹 조사를 강화하자 이를 해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고 결국 로버트 뮐러 전 FBI 국장을 특검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FBI는 올 1월에도 러시아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고자 민주당 의원의 이메일을 해킹하는 등 시도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트럼프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해 왔으나 올 1월 집권한 트럼프 정권 초기 부담이 되고 있다.

브레넌은 이날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지난해 우리의 강력한 경고에도 미 대선을 방해하려 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가 대선 기간 미국인을 매수할까 우려해 왔었다”고 말했다. 또 “당사자가 이를 인지했을수도 인지하지 못했을수도 있다”며 “매수 대상이 자신이 매국노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문제를 변호하고자 트럼프 변호 경험이 있는 뉴욕 변호사 마크 카소위츠를 선임키로 했다고 미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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