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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캐나다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건 지난해 10월 베트남 출장 이후 1년 1개월 만이며, 미국으로의 출장은 5년 전인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출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처음 이뤄지는 해외 출장이다. 그간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달 12~24일 사이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도 삼성물산 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 의혹 관련 재판으로 매주 공판에 참석하며 해외 출장에 나설 시간이 부족했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8일에는 재판이 열리지 않아 2주간의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출장은 일주일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오는 19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 34주기와 관련해 이에 맞춰 귀국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이번 출장으로 관련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재판으로 발목이 묶였던 이 부회장은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 만큼 다양한 현안을 아우르며 현장경영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 것을 예상된다.
특히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을 위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공식화 했다.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포함해 총 5곳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오스틴에 인접한 텍사스주 테일러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애리조나주 굿이어·퀸크리크와 뉴욕 제네시카운티가 물망에 올라있다.
정재계 인사 접촉…AI 등 미래 먹거리 점검 나설 듯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다지기 위해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오스틴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 전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 결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공장 주변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인 엔비디아·퀄컴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오스틴 공장을 방문한 후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현지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미국 내 해외 네트워크 복원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 등에 대한 의견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먹거리’ 점검에도 나선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서 가장 먼저 캐나다 토론토의 삼성전자 AI 연구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AI와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사업, 5G 차세대 통신, 로봇 등에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을 시작으로 본격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석방 출소 이후 외부 공식일정을 자제하며 ‘물밑 경영’을 이어온 이 부회장은 지난달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뉴 삼성’ 의지를 담은 첫 공식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