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혈당측정기 제조 전문업체 아이센스(099190)가 추진했던 자회사 프리시젼바이오(335810)의 매각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최근 인수포기의사를 밝히면서다. 아이센스는 새로운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황상 매각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프리시젼바이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최근 인수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시젼바이오의 최대주주(지분율 28.3%)인 아이센스는 올 상반기부터 프리시젼바이오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와 NH투자증권이고, 매각 대상은 아이센스가 보유한 프리시젼바이오의 지분 전량이었다.
아이센스 관계자는 “기존에 논의하던 곳으로는 (매각을) 안 하기로 했고, 지금은 다른 곳을 찾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아크레이는 프리시젼바이오가 가진 임상화학 제품의 글로벌 판매를 목표로 전략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미 거래선과의 판권 계약이 체결돼 있어 아크레이측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 때문에 지분인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지난해 미국의 ‘빅4’ 반려동물 진단 장비업체인 안텍과 1182억원 규모 반려동물용 임상화학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15년간 북미와 중남미에 검사기 및 카트리지를 납품하는 조건이다. 독일,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에서도 현지업체와의 판매 계약을 통해 임상화학 진단제품을 판매 중이다.
아이센스측은 새 원매자를 물색 중이라고 답했지만 프리시젼바이오의 매각이 계속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아이센스의 자회사 매각 동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리시젼바이오가 상장사라는 점도 원매자를 구하는 데 걸림돌이다.
아이센스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센스가 보유 중인 유동자산은 2070억원, 이중 현금성자산은 513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2650억원, 영업이익 198억원을 낸 아이센스는 올해도 각각 2781억원, 135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신한투자증권 추정치).
아이센스는 유럽(2024년), 미국(2026년) 등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 글로벌 순차 출시를 계획 중이어서 CGM 양산 라인 구축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다른 선택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혈당측정기 제조를 본업으로 하는 아이센스는 신약개발사보다는 시장 내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자회사 매각은 당장 급할 게 없으므로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며 더 좋은 타이밍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