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규제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공화당도 이에 맞춰 이달 중 새 법안 공개를 예고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안이 없는데다 의회 통과 여부도 미지수여서 미 은행 반응은 시큰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미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dodd-frank)법에 대해 “현재 수정 작업이 4분의 1 정도 진행됐다”며 “일부는 유지하지만 규제 상당 부분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드-프랭크 법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금융권의 무분별한 확장 정책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2010년 통과된 법안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미 대선 기간 이에 대한 폐지를 약속했다. 또 이달 4일에도 “도드-프랭크법‘의 머리를 깎겠다”며 금융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은행업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금융주는 오히려 0.3% 하락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이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그의 공약 중 하나로 되풀이됐을 뿐 시기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없었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 의회가 오바마케어 축소와 세제 개편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부는 유지되겠지만’이란 트럼프의 발언에 오히려 주목하기도 했다. 완전한 철폐란 기존 공약에서 일부 후퇴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발언이 월가 규제 해소가 제한적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의회 통과 여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말 트럼프의 1호 법안이자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트럼프케어는 공화당 내부 반대로 100명 중 60표 획득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 금융규제 축소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미 연방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 재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NAFTA 재협상에 대해선 “좋은 소식(pleasant surprises)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연방 정부 컴퓨터 시스템 재편에 100억달러(약 11조4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그 밖에 에너지 규제 완화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