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6조 보유…LG, 3년 만에 투자 나설까[김성진의 인더백]

CNS 지분 매각해 현금 확보…빚 없이 1.6조 보유
AI·헬스케어·ESG 신사업에 투자한다는데…주목
  • 등록 2023-05-07 오후 4:00:00

    수정 2023-05-07 오후 5:57:21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김성진의 인더백은 ‘인더스트리(industry)’와 ‘백(back)’의 합성어로 산업의 뒷얘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대형 사업·재무 이벤트뿐 아니라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공시 등을 짚어내 다양한 시각에서 산업과 기업의 생로병사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돈을 어딘가 쓰긴 쓰겠죠?”

LG그룹의 지주사 LG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뭉치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LG는 현재 약 1조6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주요 지주사들과 비교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나 많은 수준이다. LG는 이 돈에 대해 두루뭉술한 활용 계획만 내놓은 채 3년 동안 이자수익을 얻는 용도로만 활용해왔다.

LG는 지난 2020년 그룹 IT 계열사 LG CNS 지분을 일부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쥐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나서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LG CNS 지분 35%를 맥쿼리PE에 1조원에 매각한 것이다.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지분 50% 이상 갖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게 규제 내용이었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40%가 넘는 LG는 당시 LG CNS 지분 85%를 소유하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이데일리 DB)
LG는 순수지주사로서 계열사 지배 및 관리가 주요 업무다. 직접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을 세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투자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LG는 2018년 LG전자와 함께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 기업 ZKW를 인수하는데 약 4000억원을 쓰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빅딜을 진행할 능력도 있다.

이후 규모가 작지만 추가 투자도 실시했다. LG는 2021년 7월 택시 호출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당시 LG는 투자 목적에 대해 “LG전자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LG 계열사들의 미래 모빌리티 분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국내 주요 지주사들과 비교해 재무여건도 상당히 뛰어나다. 지난해 말 기준 LG가 보유한 차입금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보유 현금 1조6000억원에 더해 차입을 일으킬 경우 수조원 규모의 자금도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지주사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SK의 차입금 규모는 11조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현금성 자산은 2700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지주 역시 차입금 3조9000억원에 현금성자산 87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수적으로 유명한 GS도 9300억원의 차입금을 갖고 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마지막으로 LG의 별다른 투자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ESG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증권가에서도 LG가 보유 현금을 활용해야 주가 부양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이하 실체스터)의 등장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체스터는 최근 LG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3대주주로 올라섰다. 실체스터는 LG 투자 이유에 대해 “아직은 노 코멘트”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배당증액 등 주주권리를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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