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어딘가 쓰긴 쓰겠죠?”
LG그룹의 지주사 LG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뭉치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LG는 현재 약 1조6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주요 지주사들과 비교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나 많은 수준이다. LG는 이 돈에 대해 두루뭉술한 활용 계획만 내놓은 채 3년 동안 이자수익을 얻는 용도로만 활용해왔다.
LG는 지난 2020년 그룹 IT 계열사 LG CNS 지분을 일부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쥐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나서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LG CNS 지분 35%를 맥쿼리PE에 1조원에 매각한 것이다.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지분 50% 이상 갖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게 규제 내용이었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40%가 넘는 LG는 당시 LG CNS 지분 85%를 소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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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규모가 작지만 추가 투자도 실시했다. LG는 2021년 7월 택시 호출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당시 LG는 투자 목적에 대해 “LG전자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LG 계열사들의 미래 모빌리티 분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마지막으로 LG의 별다른 투자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ESG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증권가에서도 LG가 보유 현금을 활용해야 주가 부양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이하 실체스터)의 등장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체스터는 최근 LG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3대주주로 올라섰다. 실체스터는 LG 투자 이유에 대해 “아직은 노 코멘트”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배당증액 등 주주권리를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