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지난 3월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CS)의 아케고스 캐피털 투자 실패로 인해 5000억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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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은 CS의 ‘위험하고 불건전한 신용리스크(거래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 등에 따른 위험) 관리 관행’에 대해 각각 2억6900만달러(약 3400억원), 8700만파운드(약 1400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UBS에 부과했다. 이 가운데 PRA가 부과한 벌금은 규제기관이 생긴 이래 최대 규모다.
UBS가 CS를 대신해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된 건 CS의 아케고스 캐피털 투자 실패 때문이다.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이 운용하던 패밀리 오피스인 아케고스 캐피털은 대규모 차입 거래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지만 2021년 주가 급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CS는 아케고스 캐피털의 핵심 투자자 중 하나로 아케고스 캐피털 붕괴로 44억스위스프랑(약 6조5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1856년 CS가 설립된 이래 최악의 투자 실패로 이는 CS가 무너지는 단초가 됐다. CS는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올 초 UBS에 인수됐다.
영·미 규제당국은 이 과정에서 CS가 신용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CS가 자기자본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아케고스에 투자하고도 이사회 차원의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샘 우즈 PBA 청장은 “CS의 리스크 관리 실패는 매우 중대하며 회사의 안전성과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UBS가 CS를 인수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CS의 투자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FT는 아케고스 캐피털 사건 외에도 분식회계로 무너진 영국 핀테크 회사 그린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 모잠비크 불법 채권 발행 사건, 미국 탈세 사건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CS에서 UBS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UBS는 CS 인수에 따른 규제·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40억달러(약 5조1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