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경매시장에서도 ‘빌라 포비아(공포)’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낮아지는 공시가에 높은 전세보증금을 물어줘야 하는 깡통전세가 수두룩하게 쌓이면서 빌라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경매 참여자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전세사기 우려로 새로운 임차인 찾기도 어려워지면서 10회 넘게 유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빌라 낙찰률은 8.6%로, 888건 중 76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최저다.
서울 빌라 낙찰률은 수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올 1월 서울 빌라 낙찰률은 14.1%였지만 4개월 연속 하락(10.7%→9.6%→8.7%→8.6%)했다. 5월 서울 빌라 경매 평균 응찰자 수 역시 2.4명에 불과해 3월(3.88명)과 4월(2.79명)에 이어 매달 줄고 있다. 수요가 뜸하고 유찰되는 물건이 늘다 보니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888건으로 1년 전(424건)의 두 배다.
경매시장에선 선순위 세입자를 둔 집은 낙찰받은 뒤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선순위 세입자의 보증금이 감정가에 근접한 수준이면 낙찰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송파구 문정동 A빌라 전용 41㎡는 지난달 열두 차례의 유찰 끝에 감정가(3억1700만원)의 8.6%인 2750만원에 팔렸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어 보증금 1억 9000만원을 모두 매수인이 인수하는 조건이다. 낙찰가 2750만원과 보증금을 더해도 감정가를 밑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B오피스텔 전용 26㎡도 11번 유찰 후에야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오피스텔은 감정가 2억 100만원인데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1억5000만원)에 낙찰가 1800만원(낙찰가율 8.9%)을 더해도 감정가에 미치지 못한다.
잇단 전세 사기 사건으로 임차수요가 줄어든 것도 경매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빌라 시세가 감정가 밑으로 내려간 경우도 많은데다 공시가 역시 하락하면서 임대인의 요구조건인 보증보험 가입도 쉽지 않다”며 “빌라 낙찰가율 회복은 가격 반등이 나타난 뒤 차례로 회복하겠지만 이는 부동산시장 전반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밀집지역.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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