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의 영화로 되짚어본 `다문화`

30년 문화예술현장 누빈 고규대 기자 신간
-다문화, 영화에서 길을 찾다
고규대|236쪽|슬:B
완득이 덕구 등 영화 13편 탐구
변화에 대한 두려움 차별 지적
"이 땅에 살고자 하는 모두가 한국인"
  • 등록 2025-01-15 오전 7:23:35

    수정 2025-01-15 오전 8:07:2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부산에서 살면,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 사람이고!”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대사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이주 노동자를 조롱하는 장면에서 외국인이 던지는 일갈이다.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도 학생들을 나무란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1960년대, 가족을 위해 독일로 떠나 광부 생활을 했던 덕수는 이주민이 겪는 수모를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았던 터다. 한국의 격변 시대를 관통하는 이 영화는 “우리도 한때는 이방인이었다”며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고규대 영화평론가 겸 이데일리 디지털미디어센터장은 신간 ‘다문화, 영화에서 길을 찾다’(슬:B)를 통해 ‘다문화시대의 한국인’을 새롭게 정의한다. 저자는 “다문화와 관련한 관심사를 좇다가 생긴 물음의 답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콘텐츠’에서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책”이라며 “다양한 문화를 어떻게 존중하고 포용하며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완득이’, ‘마이 리틀 히어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의 한 장면(사진=네이버영화).
13편의 영화·드라마 속 질문들

30여 년간 주간지, 월간지, 스포츠지, 경제지를 넘나들며 대중문화 예술 현장을 누벼 온 저자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13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간다. AI(인공지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다문화 등 변화하는 트렌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덕이다.

책에서 다룬 영화는 △완득이(2011) △마이 작은 히어로(2013) △하노이 신부(2005) △덕구(2018) △나의 올드 오크(2024) △세리와 하르(2009) △방가? 방가!(2010) △미나리(2021) △국제시장(2014) △페어웰(2021) △범죄도시(2017)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96) △컬러풀 웨딩즈(2014) 등 다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13편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풀어낸 ‘완득이’와 ‘덕구’를 비롯해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을 담은 ‘하노이 신부’ 등을 통해 우리 곁에 부쩍 가까이 다가온 다문화 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나의 올드 오크’와 ‘방가? 방가!’를 통해서는 난민 혹은 이민자로 살아가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실제 대림동에서 발생했던 중국동포 범죄를 소재로 삼은 ‘범죄도시’에서는 이방인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담아낸다. 다문화에 대해 말하는 영화감독 방수인, 육상호, 윤제균, 강윤성의 인터뷰도 수록했다.

국민 20명 중 1명 ‘외국인’

다문화사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버스, 마트, 식당 등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은 흔해졌다. 외국인 근로자는 산업현장이나 농어촌의 필수인력이다.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이 힘들 만큼 비중이 커졌다.

행정안전부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국민 20명 중 1명 꼴인 246만 명으로 역대 최대다. 총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4.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 중 이주배경 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다문화국가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주민을 출신국이나 외모,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태는 더 완고하다.

고규대 영화평론가 겸 이데일리 디지털미디어센터장(사진=슬:B 제공).
“민족·피부색? 이 땅에 산다면 모두 한국인”

책은 △다름이 틀림이 아닌 이유 △낯설지만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 △다문화시대의 민족은 곧 시민이라는 점 △새로운 국민 정체성의 정립 등의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또 우리가 이주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국가의 개념은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지 등 묵직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한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란 것이다. 저자는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지금, 우리는 획일적인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대신 다민족·다문화 국가로서의 민족주의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피부색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그들을 이웃이자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일 민족이라는 오래된 국민 정체성의 껍질을 깨고, 연대의 손을 내밀 때 대한민국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윤석열 대통령 체포
  • 윤석열 체포 작전
  • 尹 관저로 유유히..정체는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