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번째로 높은 프라임급(A급) 오피스타워인 ‘에이온센터’도 지난해 12월 1억4780만 달러(한화 1974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10년 전 매매 당시보다 45% 떨어진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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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달러(2경6710조원)규모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CRE)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연장했던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를 상환하기 위해 쏟아지는 급매물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18일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대출은 약 9290억달러(약 1234조원) 규모로, 전체 CRE 모기지 잔고의 20% 규모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리얼애셋은 지난해 말 기준 CRE 대출 가운데 전체의 10% 수준인 858억 달러(약 114조원)가량이 부실 상태이며, 2346억 달러(약 311조원) 규모의 추가 부실 우려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서는 블랙스톤 소유의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한 채권이 약 50% 할인된 가격에 나와 있다. 이미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뉴욕시 아파트를 담보로 한 1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채권을 40% 할인해 매각했다. 캐나다 임페리얼 뱅크 오브 커머스는 미국 부동산과 연계한 약 3억 16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을 구매자를 찾고 있다. 캐나다 연기금(CPPIB)이 최근 맨해튼에 있는 오피스타워를 단독 1달러에 매각한 것도 대출 만기를 앞두고 부실을 털기 위한 긴급처방으로 풀이된다.
이미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부동산 거물로 꼽히는 배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오피스 부동산이 팬데믹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1조달러(약 1331조20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뉴욕 지역은행인 NYCB(뉴욕커뮤니터 뱅코프)가 지난 4분기 기록적인 순손실을 입어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 같은 대출채권 부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아로조라은행, 독일 도이치펀드브리프뱅크 등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상업용부동산시장의 위기가 지속된 것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년 동안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글로벌 투자자들은 채권에 대한 안전한 대안으로 인식되는 오피스 및 기타 상업용 건물에 몰려들었다”며 “하지만 작년 가파른 금리 인상과 공실 확대로 부담이 커진 투자자들이 급매를 쏟아내고 있다”고 봤다.
오베론증권의 메니징파트너인 니콜 슈미트는 “만약 금리가 내려간다면, 위기에 놓인 상업용부동산 투자자의 일부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어떤 종류의 금융 위기에도 관심이 없는 듯 하다”고 했다.
상업용부동산시장의 위기가 지속되는 것은 팬데믹 당시 확산한 재택근무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어서란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수년간 기술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며 수혜를 입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4분기 공실률이 37%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는 MSCI의 Real Assets가 분석한 지난해 4분기 세계 주요 도시 오피스 가격 하락률 1위(39.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