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수백개 전달…서방 경고에도 강행”

미.유럽, 제재 논의 착수…우크라전 양상 달라질 수도
“이란 새 정부 안보결정에 취약…이란항공 유럽 취항금지 등 거론”
  • 등록 2024-09-07 오후 1:46:29

    수정 2024-09-07 오후 1:46:29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이란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백개를 보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이시 이란 전 대통령(오른쪽)과 악수하는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사진EPA 연합뉴스)
이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제공하지 말라는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은 제재 등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당국자들은 미국이 전날 워싱턴DC에 있는 유럽 대사들에게 이란의 미사일 선적 사실을 브리핑하는 등 동맹국들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 선적엔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백기가 포함된다고 서방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란은 사거리 500마일에 이르는 다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 유럽 고위 당국자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라며 이란이 러시아로 무기를 계속 유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당국자들도 “미사일이 결국 전달됐다”고 확인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숀 세이벳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이란 간 안보협력 심화를 경고해왔다며, 이 같은 보도에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벳 대변인은 “이란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이전은 이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이란이 러시아에 곧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타흐-360’(Fath-360) 수백기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9일 보도한 바 있다. 파타흐-360 미사일은 최대 150㎏ 무게의 탄두를 장착한 채 최장 120㎞까지 비행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2022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테헤란 방문 이후 이란은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과 포탄 등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 제공 요청은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란은 주장해왔다.

이란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방어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수천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를 제공한다면 러시아 전력을 크게 높이는 변수가 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서방과의 긴장 완화를 모색하는 새 이란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핵합의(JCPOA) 복원과 경제 제재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관계는 대체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란혁명수비대가 관할한다.

유럽 당국자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첫 주요 외교 데뷔 무대가 될 9월 유엔총회에 앞서 이란이 미사일을 러시아에 인도한 것은 그의 정부가 주요 국가안보 결정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 미사일을 억제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WSJ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 우크라이나가 격추한 러시아 탄도 미사일은 10%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에서 탄도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방법은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이 유일하지만, 키이우에는 거의 없다고 WSJ은 설명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미국과 협력해 이란에 추가 제재 부과 등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이란 국적항공사인 이란 항공의 유럽 운항을 금지할 수 있으며, 이는 남은 무역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선적 회사를 포함, 미사일 이전에 연루된 기업과 인물들 역시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은 지난 3월 이란이 미사일을 러시아에 이전할 경우 새로운 중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에도 이란이 탄도미사일 이전을 추진한다면 ‘신속하고 혹독한 대응’을 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올초 EU 당국자들이 이란의 미사일 이전을 기존에 완화된 제재를 철회할 만한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엔 주저하는 모습이라고 WSJ은 전했다.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항공 부문을 넘어 이란과의 다른 경제, 은행 관계는 단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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