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운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는 미국·유럽 등 전통적 선진국시장뿐 아니라 인도·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이를 토대로 최근 부진한 러시아·중국 대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을 위주로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 현장.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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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권역에서 도매판매량 60만5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인도 판매량은 2016년에 50만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 처음으로 60만대를 돌파했다. 기아 역시 인도 진출 첫해인 2019년 판매량이 4만5000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25만대를 넘겼다.
아세안 시장에서도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6만7450대, 4만773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위와 3위에 올랐다. 2위는 5만7414대를 판매한 토요타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유지해 오던 베트남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2022년 토요타에 넘겨줬다가 지난해 다시 탈환했다.
필리핀 시장에서는 총 1만416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9133대)는 필리핀 시장 판매 8위에, 기아(5033대)는 10위에 올랐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점유율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 시장에서 양사가 각각 ‘톱10’에 오른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처럼 최근 현대차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나가는 건 러시아·중국에서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24만5000대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러시아 판매량은 51만대로 47.5% 급감했다.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며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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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와 동남아 등에서의 투자를 대폭 늘리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에 700억루피(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최근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와도 618억루피(약 98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태국에 동남아시아 단독 법인을 세운 데 이어 기아 역시 최근 태국 현지 법인을 신설했다.
다만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판매 순위는 토요타(32만5395대)가 1위에 올랐고, 다이하쓰(19만4108대), 혼다(12만8010대)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필리핀에서도 3위인 포드를 제외하고 토요타·미쓰비시·닛산·스즈키·이스즈·혼다가 나란히 판매 7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올해 인도네시아에 정식 진출하기로 하는 등 동남아 공략에 나서며 신흥국 점유율 확보 경쟁에 더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와 인도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다만 일본이 인프라를 공고히 다져놓은 만큼 한국 완성차 브랜드가 침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