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신설, 대출금리 공시 개선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법령상 근거 규정 없이 ‘행정지도’ 형태로 운용되던 예대금리차 공시가 내달부터 의무 시행되는 셈이다.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는 소비자에게 금리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지난 8월부터 시범 시행돼 왔다. 은행들이 직접 금리 차를 공시해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엔 예대금리차 산정의 세부 항목을 공개하고, 금융 소비자가 본인 신용점수에 맞는 금리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로 공시 기준을 변경하는 근거가 담겼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예대금리차 정보 제공의 목적을 ‘은행의 수익성 정보 제공’에서 ‘소비자 위주의 월별 변동 정보 제공’으로 변경했다. 은행들은 금융 소비자들이 공시를 통해 대출 평균 기준과 가계대출 기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들은 ‘평균 대출 금리’ 지표로 은행의 대출 금리의 월별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대출금리 공시도 개인신용평가회사(CB)의 ‘신용점수’로 변경됐다. 소비자가 본인 신용점수에 맞는 금리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가계대출 금리 공시 기준을 은행 내부 신용등급에서 신용점수로 바꾼 것이다. 은행의 경우 다른 업권과 비교해 고신용자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감안해 50점 단위로 끊어 공시한다. 저축은행 및 여신전문금융업권은 100점 단위로 대출금리를 공시하고 있다. 이외 공시 세부 항목엔 정책서민 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 저축성 수신금리, 가계예대금리차 등이 포함됐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7월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짓고 바로 예대금리차 공시를 규정화하려고 했는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일부 이슈 제기를 해 행정지도 형태로 우선 시행해 왔다”며 “이번 행정 세칙 통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강제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권이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회사 자체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금리 정책 시행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또 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시행으로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살펴보겠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온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입장에선 예금금리를 높여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 등을 이유로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거는 것은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경쟁을 하지 않으려면 사실 은행에 부여된 역할이 줄어들면 된다”며 “이번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통계를 동시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