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체 생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통해 글로벌 기업 도약한다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위한 공모 절차 착수
‘이차전지 특성 결정 요소’ 전구체 경쟁력 끌어올려
투자 재원 확보해 ‘연 21만톤’ 생산 체제 구축 나서
“고객사 다변화 통해 글로벌 전구체 기업 거듭날 것”
  • 등록 2023-09-26 오전 9:50:32

    수정 2023-09-26 오후 7:31:32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 오는 2027년까지 21만톤(t)의 생산능력을 키워 글로벌 전구체 제조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2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총 공모주식 수는 1447만6000주, 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3만6200~4만6000원이다. 공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5240억~6659억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본사 외부 전경 (사진=에코프로머티리얼즈)
전구체 경쟁력 끌어올려 ‘K-배터리’ 경쟁력도 강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국내 유일 전구체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전 단계 원료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광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정제한 제품이다. 전구체는 이차전지(배터리) 원가의 20%, 양극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한다.

전구체에 리튬을 첨가하면 양극재가 완성되는데, 전구체 합성 기술은 양극재 가격과 품질을 좌우하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수명·안전성 등의 특성을 결정짓는다. 결국 전구체의 경쟁력 확보는 배터리 양극재에서 나아가 이차전지 전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인 셈이다.

이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을 통해 전구체 경쟁력을 끌어올려 ‘K-배터리’ 경쟁력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전구체 공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CPM(Cathode Precursor Material·전구체 생산공정)과 RMP(Raw Material Precipitate·황산화 공정)이다. RMP는 순도가 낮은 원자재에 황산을 넣어서 고순도 니켈·코발트를 추출하는 공정이다. 예전엔 고순도 원료 자체를 수입하다 보니 원가가 높았다.

그러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RMP 공정을 개발, 저순도 니켈 혼합물을 저렴하게 수입해 정련함으로써 전구체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포항 CPM 1·2공장에서 연간 5만t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21만t으로 4배 정도 생산능력을 높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3·4공장을 착공하고 앞으로 북미, 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 이번 상장은 전구체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는 게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측 분석이다.

오는 2027년을 기준으로 하이니켈 전구체 생산능력은 GEM 41만t, CNGR 40만3000t, 화요코발트 25만t 등 중국계 전구체 기업들에 이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1만t으로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18.1%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생산한 전구체 대부분은 가족사인 에코프로비엠에 공급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고객 다변화를 통해 외부 매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생산 라인 확대뿐 아니라 전구체 관련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차세대 전구체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06년 국내 최초 하이니켈 NCA 전구체, 2018년 세계 최초 NCM811 전구체와 2020년 NCM9½½ 전구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최근엔 단결정 전구체, NMX 코발트 프리 전구체, OLO 전구체 등을 개발하며 원가 절감, 수명 증가, 열안정성 개선과 같은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자체적인 가치사슬 구축…IRA·CRMA 수혜 기대”

에코프로가 이차전지 양극소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으로, 정부가 발주한 ‘초고용량 리튬이온 전지 개발 컨소시엄’에 제일모직과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제일모직이 양극소재를 개발하고 에코프로가 전구체를 개발해 셀 회사인 삼성SDI에 공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제일모직이 2006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정리하면서 에코프로가 이를 인수했다. 에코프로는 양극소재와 전구체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다가 2009년부터 전구체 사업을 크게 확충한다. 국내 모 대기업에 전구체 공급 물량이 늘면서 은행 융자를 통해 라인을 대폭 증설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쟁사가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에코프로는 결국 전구체 사업을 중단하고 대신 양극소재 기술력 강화에 매진한다. 그 결과 2013년 소니에 양극소재를 시험 공급한 데 이어 삼성SDI에도 전동공구용 배터리 셀에 NCA 양극재를 공급하면서 전구체 사업 중단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다.

에코프로는 이후 에코프로비엠에 사용되는 전구체를 소량으로 생산하고 대부분 중국 GEM 등으로부터 수입해왔다. 그러다가 전구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중국 합작사 에코프로GEM의 중국 측 지분을 인수, 2017년부터 자체 기술 개발과 라인 건설에 착수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원재료 매입, 전구체 생산, 최종 고객사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가치사슬(밸류체인)이 구축돼 있어 높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국내 유일 Non-China 전구체 업체로서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유럽 핵심 원자재법(CRMA)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는 동시에 꾸준한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전구체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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