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대규모 유증에 유럽 소송까지 ‘첩첩산중’[화제의 바이오人]

823억 규모 유증 결정 후 유럽 가처분 피소 사실 ‘뒷북’ 공시
메드트로닉 재인수설 해프닝까지 겹쳐 주가 급등락
“메드트로닉 인수 불발 때부터 불거진 투명성 문제 재조명”
  • 등록 2024-08-25 오후 5:08:04

    수정 2024-08-25 오후 5:08:04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번주 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최근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김재진 이오플로우(294090) 대표이다. 이번 유증을 추진하면서 유럽에도 특허 분쟁이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투명성 문제가 다시금 부각됐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사진=이오플로우_
이오플로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를 개발한 업체다. 세계에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상용화한 기업은 인슐렛과 이오플로우뿐이다. 미국 경쟁사인 인슐렛은 자사의 ‘옴니팟’의 특허를 이오패치가 침해했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가 대규모 유증이 결정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1일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운영자금으로 573억원, 채무상환에 200억원, 시설자금으로 50억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유증 전까지 시장에서는 지난달 17일 미국 연방법원이 인슐렛이 신청한 모든 가처분에 대한 취소 결정을 선고했다는 사실까지만 알려졌기 때문에 미국 소송이 유리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이미 진행 중인 유럽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시장의 낙관과 달리 실제로는 인슐렛이 지난 6월 말 이오플로우와 유럽연합(EU) 지역 유통 파트너사인 메나리니를 상대로 이오패치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유럽 판매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유럽은 이미 이오패치를 수출 중인 지역이기 때문에 미국보다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수 있다. 또 유럽에서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 주권이 매매거래정지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해당 이슈는 상당히 중요한 정보임에도 유증이 결정되고서야 증권신고서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오플로우 측은 “메나리니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은 정식으로 송달됐지만 당사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은 송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결국 이오플로우는 지난 22일 인슐렛으로부터 유럽에서도 가처분신청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뒷북 공시는 투자자들의 빈축을 샀다. 결국 이날 이오플로우의 주가는 오전 10시경부터 하한가(8730원)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인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지분율 9.78%)는 이번 유증에 약 30%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이나 보유 주식 일부를 블록딜(장외대량매매), 장내매도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1.33%에서 9.4%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기업계에서는 이오플로우가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 피인수가 불발됐을 때에도 투명성 이슈가 있었음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5월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과 7억3800만달러(한화 약 9710억원) 규모의 인수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같은해 8월 미국 경쟁사 인슐렛과 특허 소송 문제가 불거지면서 12월 인수합병이 백지화됐다.

업계에서는 이오플로우가 메드트로닉에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게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수 철회 당시 메드트로닉은 공시를 통해 “계약에 따른 여러 위반 사항을 기반으로 계약 해지 권한을 행사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는 최근 메드트로닉이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시장에서 돌면서 지난 19일 장중 상한가에 도달하기도 했다. 메드트로닉이 지난 15일 올린 채용 공고에 “당사는 이오패치를 만드는 펌프 회사인 이오플로우 인수를 진행 중”이라고 기재돼 있다는 게 포착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오플로우 측에선 묵묵부답으로 응했다.

시장에선 인수가 무산된 후0 메드트로닉과 재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했던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김 대표가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열어 “견해 차가 있어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이 딜이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가가 출렁이는 동안 이오플로우는 지난 21일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후 메드트로닉이 채용 공고에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밝히면서 재인수설은 해프닝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가처분신청에 대해 송달을 아직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요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가 유증이 결정되니 증권신고서에 기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어쩔 수 없이 드러낸 것 같다”며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투명성 이슈에 문제가 있는 업체로 의구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글로벌 업체인 메드트로닉에서도 여러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언급했다는 게 의미심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오플로우의 명운을 결정할 미국 내 인슐렛과 이오플로우의 본안 소송에 대한 배심원 평결은 오는 11월 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배심원 평결에서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 의무가 부과될 수도 있고, 이오패치에 대한 일정기간 판매 금지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후 최종 판결은 내년 3월에 내려질 전망이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 약력

△1961년 출생

△1985년 6월 MIT 전자전산공학과 졸업

△1983년 6월~1987년 10월 모토로라 반도체 개발

△1987년 11월~1993년 7월 인텔 반도체 개발

△1993년 8월~1996년 11월 산타 클라라 랩스(Santa Clara Labs) 반도체 컨설팅

△1996년 11월~2002년 5월 텔레크루즈(Telecruz) 마케팅 사업개발

△2002년 6월~2005년 12월 3d4W Inc 대표이사

△2006년 1월~ 2014년 9월 바프로(Vapro Inc) 대표이사

△2015년 11월~2018년 4월 (주)디아메스코 사내이사

△2011년 9월~현재 이오플로우 대표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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